또 결집한 '월가 개미들'…AMC 주가 하룻새 36% 급등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입력 2021-05-28 07:04
수정 2021-05-28 07:09
미국 뉴욕증시에 투자하는 개미들이 또 결집했습니다. 이번에도 대상은 미 최대 극장 체인인 AMC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관련 유통업체인 게임스톱입니다.

AMC 엔터테인먼트 주가는 27일(현지시간) 35.6% 급등한 주당 26.52달러로, 게임스톱 주가는 4.9% 뛴 254.13달러로 각각 마감했습니다. 특히 AMC 주가는 이번주에만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들어 주식 토론방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에서 두 종목에 대한 집중 매수를 또 공개 논의했습니다. AMC의 경우 최대주주였던 중국 완다그룹이 작년 말 보유지분(약 20%)을 털어내자 시장 유통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개인들이 집중 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들이 매수하는 ‘밈’(meme) 종목은 AMC와 게임스톱 외에도 버진 갤럭틱, 블랙베리 등 여럿입니다.

투자자들은 공매도 기관들의 공매도에 맞서기 위해 세력을 결집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매도 기관들의 손실은 이번주에만 17억7000만달러에 달했다는 게 시장분석 업체 오텍스의 설명입니다. S3파트너스는 “손실을 줄이려는 공매도 기관들의 숏 커버링(환매수)이 주가를 끌어올린 또 다른 배경”이라고 했습니다.

올 초 개미와 공매도 기관간 대치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증시 변동성이 매우 컸습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생방송 내용입니다.
▶먼저 마감한 미국 증시의 주요 특징을 짚어 주시죠.큰 변동이 없었지만 경제 재개에 따른 기대와 함께 물가 상승 우려가 있었습니다. 경기 순환주는 강세였으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전날보다 0.03%포인트 상승(연 1.61% 마감)하면서 나스닥 지수는 약세였습니다.

일단 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였습니다. 지난주의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일주일 전보다 3만8000명 줄어든 40만6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시장 예상(42만5000명)보다 적었고,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저치를 또 다시 경신했습니다.

백악관이 최근 인프라 투자지출 규모를 종전 8년간 2조3000억달러에서 10년간 1조7000억달러로 수정 제안했는데, 공화당 역시 당초의 5680억달러에서 9280억달러로 상향 조정한 안을 내놨습니다. 조금씩 이견을 좁혀가면서 대규모 인프라 지출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란 기대를 높였습니다.

시장은 내일 나오는 4월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로 삼고 있는 물가 지표인데, 이 지수가 급등할 경우 조기 긴축 우려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제롬 파월 Fed 의장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견해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뉴욕 월가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데, 일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요즘 뉴욕 거리에 나가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열 명 중 3~4명 정도 됩니다. 뉴욕주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한 지난 19일 직전까지만 해도 거의 100% 마스크나 입 가리개를 썼는데, 확연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타임스퀘어 등에도 지난 1년여간 볼 수 없었던 관광객이 꽤 늘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 시내 투어버스를 타려면 2시간가량 기다려야 합니다.

그 만큼 백신을 맞은 사람, 그 효과를 자신하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대다수가 접종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경우 2차 접종까지 완료하면 항체 형성률이 95% 안팎에 달합니다. 현재 미국 내 접종률은 전체 인구 대비 50%, 뉴욕주의 경우 55%에 달합니다.

갑자기 상승한 기온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 위도가 서울보다 높아서 좀 추운 편인데, 1~2주일 전부터 한낮 기온이 최고 30도 가까이 오르고 있습니다.

뉴욕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은 이미 올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직장인들의 사무실 복귀가 절반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이 급증한 데 따른 겁니다.

‘일상의 회복’은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7월 1일부터 모든 경제 활동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시는 별도로 9월 시작하는 가을 학기부터 모든 원격 수업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브로드웨이 공연과 영화제, 마라톤 같은 스포츠 행사도 하반기부터는 팬데믹 이전처럼 열립니다.

월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금융사들은 늦어도 7월까지 전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미국 내 코로나 진앙지’로 불렸던 뉴욕이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만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게 있습니다. 주택 임차료와 휘발유, 식음료 가격 등 모든 물가가 급등했다는 겁니다. ‘돈풀기 역효과’가 두드러진 겁니다.

뉴욕 뉴저지 등의 휘발유 가격은 작년 여름만 해도 갤런당 2달러를 밑돌았는데, 지금은 대다수 주유소에서 3달러를 넘습니다. 필수 이동수단인 자동차의 유지비가 1년도 안돼 60%가량 뛴 겁니다. ▶향후 투자자들이 체크해봐야 할 이벤트와 이슈도 종합해서 전해 주시죠.미국 국채 금리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암호화폐 가격이 증시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특히 나스닥 지수와 비트코인 가격간 동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암호화폐 움직임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다음주엔 증시가 4일만 열립니다. 월요일이 메모리얼 데이 휴일입니다.

다음주엔 중요한 경제 지표가 두 가지 나옵니다. 다음달 15~16일로 예정된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2주일 앞두고 베이지북이 공개됩니다.

베이지북은 FOMC에 참석하는 12명의 통화 정책 위원(현재 1석은 공석)들이 현재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기초 자료여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최근의 물가 급등세에 대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 지 주목됩니다.

Fed 위원들의 다수는 지금까지 ‘4~5월의 물가 급등세는 일시적 현상’이란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다음주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 일정>

31일(월) 휴일(메모리얼 데이)

6월 1일(화) ISM 제조업지수(5월, 전달엔 60.7) / 마킷 제조업 PMI(5월 최종치, 전달은 61.5)

2일(수) Fed 베이지북(오후 2시) / 미 완성차 판매(5월, 전달은 1850만 대)

3일(목) ADP 고용보고서(5월, 전달은 74만2000명) /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 ISM 서비스업지수(5월, 전달은 62.7) / 마킷 서비스업 PMI(5월, 전달은 70.1)

4일(금) 실업률(5월, 전달은 6.1%) / 비농업 신규채용(5월, 전달은 26만6000명) / 공장 수주(4월, 전달은 1.1% 증가)

또 다른 지표는 고용인데요, 다음달 3일의 ADP 고용보고서 및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4일 나오는 실업률 및 비농업 신규채용 규모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4월엔 비농업 신규 채용가 시장 예상보다 크게 적은 26만6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실업률 역시 전달(6.0%)보다 높은 6.1%로 집계되면서 테이퍼링 논의에 대한 시장 예상이 후퇴했습니다.

거의 막바지이긴 한데 다음주에도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집니다. 주목할 기업으로는 ‘코로나 스타’로 떠올랐던 줌비디오와 룰루레몬, 슬랙테크놀로지 등이 있습니다.

<다음주 실적 발표하는 주요 기업> *일부 변경 가능

1일(화) 줌비디오 HP엔터프라이즈 커클랜드

3일(목) 룰루레몬 슬랙테크놀로지 브로드컴 시에나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