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국민연금, 국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 투자 배제한다

입력 2021-05-28 17:41
수정 2021-05-28 17:43
≪이 기사는 05월28일(15:5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제한·배제, Negative Screening) 전략을 도입했다. 당초 추진했던 석탄 채굴 및 발전 등 석탄 관련 산업 전반에 대한 네거티브 스크리닝 도입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난 행보지만 국민연금이 '탈석탄선언'을 공식화한 셈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28일 올해 6차 회의를 열고 신규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대한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도입하는 내용의 ‘석탄채굴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제한 전략 도입방안’을 의결했다. 다만 기금위는 구체적인 적용 대상 등을 정하지 않았다. 하반기부터 이뤄질 연구 용역을 통해 대상 범위나 기준, 적용 시 여파 등을 고려한 뒤 결정할 계획이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이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이나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책임투자 방식이다. 크게 △기후변화(석탄 채굴 및 발전) △대량살상무기 △담배 등이 주요 대상이다. 글로벌 연기금들 상당수가 이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내 연기금 중에서는 국민연금이 처음이다.

앞서 기금위는 지난 달 회의에서 석탄채굴 및 석탄발전 업체를 대상으로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위원들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석탄 관련 기업인지 기준이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논의를 미뤘다.

이날 기금위에서도 같은 문제 의식이 공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은 올해 안에 연구 용역 및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통해 구체적 시행방안과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논의에 따라 석탄화력발전 외 다른 석탄 관련 산업으로 대상이 확대될 여지도 존재한다.

투자 제한 범위가 석탄화력발전소로 대폭 축소됐지만 업계선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 있는 한국전력 GS 금호석유화학 LG상사 두산중공업 포스코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이 대거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 기업 상당수는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과 기존의 석탄 사업을 병행 중이다. 국민연금이 일단 신규석탄화력발전으로 제한 범위를 축소한만큼 이 같은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는 식의 극단적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국민연금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 글로벌 연기금들의 네거티브 스크리닝 정책도 각자 제각각인 상황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관리청(NBIM), 네덜란드공적연금(APG), 스웨덴연금(AP),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등은 모두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석탄 관련 투자를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기관은 NBIM, AP, 캘퍼스 등 세 곳이다.

APG는 석탄 산업이라는 이유로 투자 배제 등을 시행하는 대신 투자 기업 전반에 탄소배출량 절감 목표를 제시하고 주주활동과 연계시키는 방식을 활용한다. CPPIB는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로 집속탄과 대인지뢰 등 현지 법상 금지된 일부 살상무기를 제외하고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적용하지 않는다.

석탄 산업에 대한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적용하는 연기금들도 어떤 공통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NBIM은 석탄 채굴 및 석탄 발전 비중이 30% 이상인 기업은 투자에서 배제한다. 캘퍼스는 석탄채굴 관련 매출이 50% 이상인 기업에 대해 신규 투자 및 기존 투자 연장을 금지한다. 탈석탄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연기금들 역시 네거티브 스크리닝과 같은 적극적 형태의 전략에 대해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