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숨 돌린 제조사들은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공장 가동 재개한 GM
28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멈췄던 공장들을 곧 재가동한다. 미국 랜싱 그랜드리버 공장과 캐나다 공장,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 공장 및 라모스아리스페 공장 등이 대상이다.
한국GM도 오는 31일부터 부평1공장과 창원공장을 기존처럼 2교대(주야간 맞교대)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부평1공장은 지난 2월부터 가동률을 50%로 낮춰 주간근무만 했다. 지난달엔 약 1주일간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창원공장은 지난달부터 가동률을 절반 수준으로 조정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다음달부터는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시로 라인을 멈췄던 현대차 아산공장은 지난 27일부터 가동을 재개했다. 기아는 18~19일 광명2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을 제외하면 국내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5월이 반도체 공급난의 최대 위기라고 우려를 많이 했지만, 걱정한 것에 비하면 잘 버텼다”며 “특근(주말근무) 횟수를 줄이거나 빈 컨베이어벨트를 돌리는 공피치 운영 빈도를 늘리고 있지만 앞으로 공장을 완전히 멈추는 일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일부를 자체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업계에는 희소식이다. TSMC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MCU(마이크로컨트롤유닛) 공급을 지난해보다 60% 늘릴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반도체 공급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이날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각각 전일 대비 5.2%, 4.8% 급등했다. 완성차업체들 앞다퉈 전기차 전략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포드는 2030년까지 생산 차량의 4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300억달러(약 33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계획한 220억달러에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포드는 SK이노베이션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창업자 헨리 포드가 모델T를 양산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성장과 가치 창출의 기회”라고 말할 정도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 라인업을 줄이고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 5에 이어 내년 아이오닉 6, 2025년 아이오닉 7 등 전용 플랫폼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올 하반기 EV6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7종류의 전용 플랫폼 전기차를 내놓는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줄이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현대차·기아가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50%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슈퍼카 업체인 람보르기니도 전동화 전략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이브리드 모델과 순수전기차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도병욱/김형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