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업비트·빗썸 감독한다

입력 2021-05-28 17:32
수정 2021-05-29 00:36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을 감독하는 주무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정하고 본격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투자자 불만이 많은 암호화폐 과세는 내년부터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가상자산이라고 부른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주관부처를 정한 것이다. 업비트, 빗썸 등 암호화폐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대한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 업무는 금융위가 맡기로 했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된다. 이와 함께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암호화폐태스크포스(TF)에 국세청 관세청도 참여해 탈세와 환치기 대응을 강화한다.

암호화폐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 시행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 암호화폐 과세를 연기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투자수익이 연간 250만원을 넘어가면 초과분의 22%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정부는 6월까지로 예고된 ‘범부처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9월로 연장했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불법 다단계, 사기, 유사수신, 해킹 등을 집중 단속한다.정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 발행·임직원 매매 금지"
특금법 개정해 규제 더 강화키로‘코인 광풍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는 자체 집계한 국내 암호화폐 시장 현황을 28일 처음 공개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은행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현재 영업 중인 암호화폐거래소는 60여 개라고 밝혔다. 이 중 4대 대형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투자자는 581만 명(4월 말 기준, 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신규 투자자는 올 2월 84만9000명, 3월 111만6000명, 4월 200만1000명 등으로 계속 불어나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지난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 24일까지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업계는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영세 거래소가 폐업하는 과정에서 ‘먹튀’ 피해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업자 신고를 하려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해줄 은행을 구해야 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도 받아야 한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한 업체는 4개, 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는 16개로 파악됐다. 정부는 “요건을 갖춘 사업자는 조속히 신고가 접수되도록 심사를 진행하고, 조기 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컨설팅 등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암호화폐거래소 시장에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암호화폐거래소가 직접 코인을 발행해 매매·교환을 중개·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할 방침이다. 또 암호화폐거래소 임직원이 자기 회사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행위도 막을 계획이다. 해킹 사고를 막기 위해 콜드월렛(인터넷망과 연결하지 않은 지갑) 보관 비율을 상향하는 등 기술적 보완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암호화폐업계는 이날 정부 발표를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암호화폐거래소 대표는 “무엇보다 주무부처가 지정됐다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변화”라며 “향후 시행령 개정이나 입법 과정에서 업계와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것을 거듭 당부했다. 정부는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누구도 가치를 보장할 수 없으며 국내외 거래환경 변화 등에 따라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기책임 아래 거래 여부 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태스크포스(TF)에서 기획재정부는 과세와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 점검 등을, 검찰과 경찰은 사기 등 범죄 단속을 맡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암호화폐거래소의 불공정 약관을 조사한다.

임현우/김소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