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떠나는 홍원식 전 회장 "마지막 자존심 내려놨다" [전문]

입력 2021-05-28 15:22
수정 2021-05-28 15:24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사진)이 28일 지분 매각 결정과 관련해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자 했고,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지난 27일 오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지분 매각과 관련한 심경을 밝히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홍 전 회장은 이메일에서 "남양유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자 남양유업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일련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회장직에서 내려왔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비상대책위원회의 지배구조 개선 요청에 대해 이사회 구성을 투명하게 교체하겠다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최대 주주로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지분 매각 사유를 언급했다.

홍 전 회장은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고심 끝에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며 "남양유업 가족과 함께한 지난 45년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눈물이 앞을 가로막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언젠가는 남양유업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며 "앞으로 남양유업과 가족들의 건강과 건승을 위해 조용히 응원하고 기도하도록 하겠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남양유업은 지난 27일 홍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2.63%를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3107억원에 넘기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마케팅'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회사 안팎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거세졌고, 홍 전 회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남양유업은 이달 7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경영 쇄신에 나서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등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오너 일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에 이르렀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다음은 홍 전 회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 전문.

친애하는 남양유업 가족 여러분!

남양유업 최대주주 홍원식입니다.

오늘부터 저는 남양유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자 남양유업 가족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 가족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하였습니다.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감으로 회장직에서 내려왔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비상대책위원회의 지배구조 개선 요청에 대해 이사회 구성을 투명하게 교체하겠다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기업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최대주주로서의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습니다.

한편으론 제 노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로지 내부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가치를 올려 예전처럼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고심 끝에 저의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남양유업 가족분들과 함께한 지난 45년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눈물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언젠가는 남양유업 가족분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 입니다.

앞으로 남양유업과 가족분들의 건강과 건승을 위해 조용히 응원하고 기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