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까지 번진 전세난…'패닉 바잉'도 확산

입력 2021-05-27 17:29
수정 2021-05-28 01:02
아파트 전세난은 다세대·연립주택(빌라)으로까지 옮겨붙었다. 지난해 7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 매물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빌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전셋값은 전달 대비 0.15% 상승했다. 지난해 4월(0.04%)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0.11%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빌라 전셋값 상승세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속화됐다. 지난해 상반기(1~6월)까지만 해도 빌라 전셋값 상승률은 최대 0.09%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7월(0.12%) 처음으로 0.1%대를 돌파했다. 서울 빌라 전셋값은 2019년 0.20% 하락했지만 지난해에는 1.50% 급등했다.

실제 빌라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서울 빌라 전세수급동향지수는 103.6으로 집계됐다. 전세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의미다. 이 지수는 작년 7월 102.3을 기록한 뒤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빌라 전셋값도 치솟고 있다. 대규모 빌라촌이 형성된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태명’ 전용 47.6㎡는 지난 1월 3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3월(1억9000만원) 대비 1억원 이상 상승했다. 강동구 천호동 ‘강동위너스빌’ 전용 44.7㎡는 올 4월 2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던 것이 지난 10일 2억7000만원에 계약됐다. 자양동 G공인 관계자는 “특히 3~4인 가족이 주거할 수 있는 투룸·스리룸 빌라 전세는 매물 확보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예 빌라 매매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5489건으로 집계됐다. 2월 4431건을 기록한 뒤 2개월 연속 늘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전셋값 급등 여파로 빌라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빌라 전셋값도 오르자 아예 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