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한국에서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의 인생은 쉬운 적이 없었다. 세계 최빈국에서 태어나 청장년 시절 산업화에 앞장섰다. 경제발전의 과실을 누리며 민주화를 뒷받침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에 급격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노후 불안에 시달린다. 그러면서도 다른 세대에는 “수가 너무 많아 복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야멸찬 비난을 받는다.
“우리를 이용해 보라.” 베이비부머에 속하는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핏팅 코리아》를 통해 사회에 보내는 제안이다. 베이비부머는 농경사회와 농업을 이해하면서도 컴퓨터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세대다. 농촌과 도시, 산업화 전 세대와 청년층을 이을 수 있는 연결고리라는 얘기다.
저자는 베이비부머의 경험과 능력을 고향의 중소·중견기업 컨설팅, 지방 발전사업 참여 등에 활용하고 소정의 보수를 지급하는 ‘사회공공복무’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정책이 실현되면 베이비부머는 사회에 기여하며 소득을 올릴 수 있고, 도시 인구가 줄면서 부동산 문제도 조금이나마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베이비부머부터 탐욕을 내려놓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힘쓰는 사회공공복무에 나서자. 주연이 아닌 조연이지만 사회 구성원들에게 존경받는 ‘진정한 어른’이 되자.”
현행 징병제도 사회공공복무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남녀 모두에게 사회공공복무와 군복무 중 하나를 택하게 하고, 사회공공복무를 택한 청년들은 혁신적인 중소기업 등에서 일하도록 하자는 설명이다. 둘 중 하나를 마치면 5000만원 이상의 목돈이 지급된다. 국가의 인적 자원 수준을 끌어올리고 청년층에게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 등으로 일하며 쌓은 식견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많다. 예산과 정책 구조, 국제정치 등을 감안한 각종 타당성 분석을 비롯해 실현을 위해 극복해야 할 사회적 분위기까지 꼼꼼히 기술돼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