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등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통상 두 달(8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인플릭시맙’ 성분이 들어간 주사제를 맞는다. 하지만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6주 만에 완전히 사라지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12주 동안 유지되기도 한다. 부작용 없이 통증을 견디려면 약물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상태로 체내에 유지돼야 한다. 그러려면 약물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있어야 한다.
토종 진단업체인 바디텍메드가 이런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최의열 대표(사진)는 27일 기자와 만나 “환자의 피를 떨어뜨리면 20분 만에 체내 인플릭시맙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장비를 개발했다”며 “이들 장비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고 말했다.
바디텍메드의 인플릭시맙 측정 장비는 이 성분이 들어간 셀트리온 제품인 ‘램시마’ 주사를 맞는 환자에게 쓰인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얀센의 ‘레미케이드’를 포함한 세계 인플릭시맙 시장이 10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번에 개발한 장비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최 대표는 “기존 진단키트는 검사 후 결과를 받는 데 1~2주일이 걸려 ‘주사 맞을 최적의 시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안 됐다”며 “이로 인해 인플릭시맙 진단키트 시장은 사실상 사장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바디텍메드 제품이 현장에 쓰이면 환자마다 자신의 ‘투약 주기’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수차례 검사를 통해 약효 지속 기간이 10주로 나온 환자는 10주마다 인플릭시맙 주사를 맞으면 된다는 얘기다.
바디텍메드는 올 3분기엔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아달리무맙’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진단키트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성분을 쓴 오리지널 의약품은 미국 애브비의 ‘휴미라’다.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란 이름의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 공급 준비 중이다. 최 대표는 “또 다른 7개 항체치료제에 대한 진단키트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진단장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에도 뛰어든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체 진단키트를 갖추려는 기업이 늘어난 점을 감안한 것이다. 최 대표는 “유명 해외 진단기업과 형광 면역진단 장비에 대한 ODM을 논의 중”이라며 “지금까지는 바디텍메드 제품을 파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해외 기업의 진단장비를 대행 생산하는 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