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던 철강주가 주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연일 원자재 가격 급등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은 영향이다. 증권가에선 중국이 철강값을 억제하려 해도 철강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철강 수요가 강하게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값이 당분간 약세를 보여도 철강주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5월 중순 전후로 180도 바뀐 철강주
올초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랠리를 하던 철강주는 5월 중순 이후 주춤하고 있다. 27일 포스코 주가는 3.15% 오른 3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지난 12일부터 하락폭은 12.09%에 달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각각 15.19%, 17.07% 떨어졌다. 고려제강과 세아베스틸, NI스틸 등 중소 철강주도 각각 16.42%, 14.12%, 19.13%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철강을 비롯한 원자재값 급등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 철강주 랠리를 멈춰세웠다. 12일 중국 국무원은 리커창 총리 주재로 상무회의를 열고 “시장 조절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원자재 가격의 급속한 인상이 다른 곳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없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자재값을 잡기 위한 구두 개입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19일에도 중국은 불합리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철강주는 급등했다. 포스코는 연초 이후 11일까지 50.55%, 현대제철은 56.31% 올랐다. 고려제강과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NI스틸 역시 같은 기간 107.14~231.90% 급등했다. 코로나19 이후 위축됐던 철강 수요가 늘어난 데다 중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철강 생산량을 조절하겠다고 밝힌 게 계기였다. 철강값은 뛰었고 철강주도 함께 올랐다.
그러나 중국이 원자재 가격 안정화에 나서면서 철강값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12일만 해도 t당 237.57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25일 기준 192.87달러로 떨어졌다. 철강주도 철강 가격을 따라 내려왔다. 세계 철강 수요 여전…주가 하락 제한적증권가에선 철강주 하락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 외 나머지 지역에서는 경제가 재개되면서 철강 수요 회복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철강값을 억누른다고 해도 세계 수요가 견고한 이상 철강주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란 전망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철강 가격 급등은 중국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타이트한 철강 수급이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고, 특히 미국과 유럽의 철강 내수 가격은 동아시아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정도로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글로벌 철강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근거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철강 가격은 중국 정부가 투기적 수요를 잡으려는 노력을 강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더 하락할 수도 있다”면서도 “중국뿐 아니라 중국 외 지역에서 철강을 강하게 필요로 하는 방향성 자체가 꺾이지 않았다면 중국 내 철강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하는 것보다 주가는 더 빨리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 정책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은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세계로부터 수입되는 철강에 대해 일괄적으로 수입관세를 추가 부과했다. 단 한국은 수입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쿼터제 운용으로 수출이 대폭 축소됐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어 미국 철강 수출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성봉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등 철강 수입 관련 정책의 변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철강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완화로 이어질 경우 국내 철강 기업들의 미국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