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관리자가 전날 부부싸움을 했나 보다.”
골프 치러 가서 이런 말 한 번쯤은 해보거나 들어보셨을 겁니다. 홀 위치가 어려운 데 있을 때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죠. 홀 위치를 정하는 관리자가 기분이 좋지 않아 심술을 부린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어렵다는 뜻입니다.
지인들과 라운드를 나가면 주로 이 같은 하소연이 나올 땐 홀 위치가 까다로울 때였습니다. 특히 홀 주변 경사가 측면으로 기울어져 있는 ‘훅 라인’(공이 왼쪽으로 흐르는 경사) 또는 ‘슬라이스 라인’(공이 오른쪽으로 흐르는 경사) 상황을 맞이하면 버디 찬스가 눈 깜짝할 새 보기 위기로 돌변하고요. 캐디가 놔준 대로 공을 쳐도 스트로크 세기에 따라 공의 길이 확 바뀌기 때문이죠.
오늘은 이처럼 골퍼들을 괴롭히는 그린 위 측면 경사 극복 방법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측면 경사에서 ‘홀인을 기대하지 말라’는 겁니다. 공을 넣는 대신 안전한 2퍼트로 소위 ‘오케이(OK)’를 노리는 거죠. 일명 ‘3퍼트 방지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홀 주변 오른쪽 경사가 높아 공이 앞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휘어지는 훅 라인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초보 골퍼는 공을 바로 넣으려고 할 겁니다. 구력이 조금 있는 실력자는 들어가지 않더라도 오르막 퍼팅 상황을 만들려고 할 테고요. 하지만 주말 골퍼가 오르막 퍼팅에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건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죠. 또 경사가 심하면 공이 한참을 굴러 내려가 3퍼트로 이어집니다.
결국 공을 홀 옆에 붙이는 게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입니다. 그러려면 홀 오른쪽 약 30㎝ 지점에 가상의 홀을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이 가상의 홀을 향해 치라고 하는데, 저는 가상의 홀을 진짜 홀처럼 여기라고 말씀드립니다. 홀 위치가 오른쪽으로 움직였으니 그만큼 오른쪽으로, 경사를 더 감안해 쳐야 한다는 뜻이죠. 홀 바로 윗부분에 공을 세운다는 생각으로 스트로크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주말 골퍼들이 경사를 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웬만해선 ‘OK’ 거리에 공이 서게 되고요. 운이 좋으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하염없이 경사를 타고 굴러가는 공을 멍하니 바라보는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처럼 페트병을 놓고 연습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무조건 넣으려는 ‘모 아니면 도’식의 전략보단 안전한 2퍼트가 싱글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박세수·박현경 < KPGA 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