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온순"…'남양주 살인견' 안락사 앞두고 동정 여론

입력 2021-05-27 13:24
수정 2021-05-27 13:49

경기 남양주에서 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대형견은 사람들에게 붙잡힌 후 믿기 힘들 정도로 온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경찰과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해당 대형견은 사건 당일인 지난 22일 포획돼 남양주시 유기견보호소에 격리 중이다.

경찰은 전날(26일) 견주를 찾기 위해 해당 대형견을 사고 현장으로 데려가 전문가 참여하에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이날 실험은 개의 귀소본능 등을 이용해 견주를 특정하기 위해 진행됐으며, 사람을 물어 죽인 대형견인 만큼 경찰견 핸들러와 경찰견 훈련사 등 전문가 4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경찰은 가장 먼저 해당 대형견을 인근 개 사육장 주인 A씨와 만나게 한 후 반응을 관찰했다. A씨는 사건 초기 견주로 지목됐으나 자신이 키우는 개가 아니라며 부인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개는 주인에게 각별한 친밀감, 복종심 등을 표시하므로 경찰은 전문가의 반응 관찰을 통해 A씨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개를 인근 야산에 자연스럽게 풀어 준 후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관찰해 행동반경과 귀소본능 등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날 약 1시간 정도 해당 대형견과 함께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행동을 관찰했으나, 견주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행동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해당 대형견은 사람을 공격해 죽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순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격리소에서 먹이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유독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에 방치된 후 그동안 충분히 먹이를 먹지 못해 먹이에 대한 집착이 강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해당 대형견의 주인을 찾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시민들의 제보를 받고 있지만 유기견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대형견은 지난 3월 초쯤부터 몇 달간 주변 야산을 배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목줄 흔적이 있지만 오랜 기간 주인의 손에서 벗어나 야생에서 살아온 흔적이 역력했다.

한편 일부 동물단체는 해당 대형견의 안락사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최근 동물단체에서 "안락사를 반대한다" "개를 맡겨주면 교화시키겠다" 등의 제안을 해왔다.

온라인상에서도 "개가 무슨 잘못인가" "개를 함부로 버린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남양주시는 일단 견주를 찾을 때까지 이 개를 안락사시키지는 않을 방침이지만 수사가 마무리되면 안락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50대 피해 여성은 사건 당일 산책을 위해 야산으로 올라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여성은 3분 넘게 대형견과 사투를 벌이다 겨우 벗어나 길 건너 공장 앞에 쓰러졌다. 공장 직원이 여성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큰 부상을 입은 여성은 결국 숨졌다.

피해자 가족 측은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영상 공개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는 인근에서 마취 총을 쏴 이 개를 포획했다. 개는 몸길이 150㎝, 무게 30㎏가량으로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에 가깝다는 전문가 소견이 나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