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연합훈련 어렵다" 文 발언에…美 국방부 "준비태세 고려해 결정"

입력 2021-05-27 14:03
수정 2021-06-10 00:03

미국 국방부가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와 관련해 “연합훈련은 동맹의 연합 준비태세를 보장하는 주요한 방법”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한국군에 대한 백신 지원이 ‘미군 보호용’이라며 대규모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같은날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연합훈련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이 수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군사적 준비태세는 (미국) 국방장관의 최우선순위”라며 이같이 답했다. 연합훈련이 ‘방어적 성격’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오늘 밤에라도 싸울 준비가 됐음을 보장하기 위한 동맹의 준비태세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훈련의 규모와 범위, 시점에 대한 어떤 결정도 이러한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양자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원론적인 입장에는 대규모 훈련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문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지난 2월 말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코로나19로 예년 규모의 연합훈련은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자 같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청와대에서 열린 5당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취소나 연기 의지를 실어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여영국 정의당 대표의 제안에 “코로나19로 대규모 연합훈련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미국과 협의하면서 훈련 규모나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대규모 훈련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틀 전인 24일(현지시간)에는 한국군 55만여명에 대한 백신 제공 약속이 하반기 연합훈련을 대비한 것이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한국 측 상대방(군장병)들과 밀접히 접촉하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답했다. 같은 날 커비 대변인은 야외 기동훈련 재개 가능성에 대해 “어떤 훈련이 최상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훈련을 이행할 방법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평가·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양국의 시각차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한·미 관계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하반기 대규모 연합훈련을 염두에 두고 한국군을 특정해 백신을 지원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지난 18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모의훈련 보다 실기동 훈련이 훨씬 나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지원 노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된 것으로 본다”며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