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반드시 설치" vs "대리수술 0.001%"

입력 2021-05-26 18:04
수정 2021-05-27 01:15

수술실에 폐쇄회로TV(CCTV)를 의무 설치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전면 의무화 대신 의료기관이 스스로 수술실 외부와 내부 중 설치 장소를 선택하도록 하는 절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환자단체들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결론이 또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6일 수술실 CCTV 설치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었다. 대리수술 등 부정의료행위와 성범죄 등을 막기 위해 추진되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19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대로 폐기됐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이사는 “대리수술과 수술실 내 의료사고 발생률은 0.001% 수준”이라며 설치 의무화가 과잉 조치라고 주장했다. 반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반드시 수술실 입구가 아니라 내부에 설치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주장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술실 내부와 외부 중 의료기관이 설치 장소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설치 의사를 밝힌 의료기관엔 비용도 지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내부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는 “지방의료원과 상급종합병원 의견 등을 수렴했는데 경기도의료원조차 반대의견을 냈다”(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며 선을 그었다. 경기도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 따라 도내 모든 공공의료원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의료계 반대가 큰 수술실 CCTV 내부 설치 법안을 강행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방역전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료인들에게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입구에 설치하는 방향으로 절충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도 설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부작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모든 장면을 촬영하게 하는 게 국민 건강 증진 방향에 맞는지, 소극적 방어진료가 우려되진 않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위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방안 등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복지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다음달 초 법안소위에 안건을 올려 논의를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소위에서는 수술실 내부가 아니라 출입구에만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공공의료기관만 내부에 CCTV를 다는 방안이 논의됐다.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5%가량이다.

다만 최근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발생한 병원 직원의 대리수술 의혹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CCTV 설치를 주장하고 있는 이 지사는 전날 “뉴스에 이런 일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바빠진다. 통과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법제화를 촉구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