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 강세가 이어지면서 위안화 환율이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안화 강세에 베팅한 해외 자금이 몰려들면서 중국 증시에선 외국인 순매수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6일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3% 내린 달러당 6.409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2018년 6월 초 이후 3년 만의 최저치다. 기준환율을 낮췄다는 것은 그만큼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상했다는 뜻이다. 인민은행은 외환시장 상황을 반영해 매일 오전 위안화 기준환율을 발표한다. 당일 상하이 외환시장(역내시장) 환율은 기준환율의 2% 내에서 움직인다.
역내시장 위안화 환율은 이날 장중 달러당 6.39위안대까지 떨어져 시장의 단기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6.4위안이 깨졌다. 기준환율 등락 제한을 받지 않는 홍콩 외환시장(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37위안대까지 내려갔다.
위안화 환율은 미·중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5월 말 달러당 7위안대까지 올랐다가 이후 중국 경제의 빠른 정상화 기대에 계속 하락하고 있다. 올 3월 미국의 금리 상승과 강달러 영향으로 주춤했던 위안화 강세는 4월부터 다시 절상 추세로 전환했다. 4월 초 대비 위안화 가치는 2.4%나 상승(환율 하락)했다. 골드만삭스, UBS,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위안화 환율이 6위안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안화 강세 전망에 해외 자금도 중국 증시로 밀려들고 있다. 홍콩거래소와 상하이·선전거래소 교차거래 시스템(후강퉁·선강퉁)을 통해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북향자금’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 25일 217억위안(약 3조8000억원)에 달했다. 2014년 교차거래가 시작된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대다. 기존 최대 기록은 2019년 11월 214억위안이었다. 이날도 100억위안 넘는 북향자금이 중국 본토 증시로 유입됐다.
외국인이 중국 주식 매수를 늘리는 이유는 최근 주가 약세, 기업 실적 개선과 위안화 강세(환율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주가 상승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충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이란 관측도 위안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인민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시장 흐름에 맡겨 위안화 평가절상을 추가로 용인함으로써 가격이 급등한 국제 원자재 가격 수입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중국 당국은 기본적으로 너무 빠른 환율 변동은 경계하는 편이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최근 “위안화 환율을 합리적 균형 수준에서 안정되게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환율을 적정선으로 보고 있으며 위안화 환율이 일방적 방향성을 띠지 않는 선에서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