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스 ‘광팬’인 김진호 씨(42)는 이 팀 소속 앤드루 호세 수아레즈 선수가 던지는 시속 150㎞ 강속구를 경기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지만 올해는 ‘직관’(직접 관람)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야구장을 찾는 게 꺼림직해서다.
올 하반기부터는 김씨가 이런 욕구를 메타버스에서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프로야구를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3차원(3D) 가상공간에서 즐기는 기술의 상용화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할 경기는 오는 7월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설공단은 통신사와 중계방송사, 한국야구위원회(KBO) 등과 메타버스 융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국내 유일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 수십 개의 360도 3D 카메라와 이동형 와이어캠 등을 설치하고 있다. 가상공간에 입장하는 앱도 개발 중이다.
VR을 쓰고 앱에 접속하면 경기장 내 자신이 원하는 위치를 지정해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이 메타버스에선 심판, 투수, 타자, 포수, 외야수 자리 어디라도 갈 수 있다. 여러 화면을 띄워놓고 동시에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치어리더를 ‘클로즈업’할 수도 있다. 선수의 역대 성적도 확인 가능하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세계 최초라는 게 서울시설공단의 설명이다. SK텔레콤이 여러 시점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멀티뷰’를 제공하고, LG유플러스가 경기를 다각도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단편적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공단 관계자는 “민간 업체가 단독으로 추진할 경우 메타버스가 활성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며 “경기장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삼고, 민간에 흩어져 있던 기술을 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정/김희경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