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를 갖거나 술버릇이 있는 모든 아이는 다 죽어서 돌아올 거라고, 그래도 마땅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은 없을 것입니다. 부모로서 자식의 죽음의 원인을 알고자, 진실을 말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경찰은 한강 반포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 모(22) 씨 유족이 "진실을 밝혀달라"고 입장문을 통해 호소하자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6일 "간절한 마음 헤아려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냈다.
경찰은 "지난 4월 25일 실종신고부터 손 씨가 발견된 4월 30일 사이 친구 A군을 참고인 조사하고, 두 차례 최면 조사를 했다"며 "손 씨가 발견된 후 강력 7개 팀 전원을 투입했고 지난 9일부터 A군을 총 4차례, A군 부모를 각 1, 2차례씩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군의 노트북과 실종 당일 현장에 타고 왔던 차량 블랙박스, A군의 아이패드와 가족 휴대전화 등을 분석했고 데이터와 통화내역, 메시지를 삭제한 정황은 없었다"고 전했다.
추가 수사가 필요성 제기에 대해서는 "CCTV와 제보영상 등을 정밀 분석 중이고 저장 기간이 지난 일부 CCTV 영상을 복원했고, 중요 목격자들은 현장 조사와 최면 조사를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손 씨의 부친은 A4용지 13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손 씨 부친은 "처음 아들의 실종 사실을 알았을 때 기댈 곳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 A 씨밖에 없었다"며 "처음 A 씨에 대해선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려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실종 사흘째인 지난달 27일 우연히 경찰을 통해 A 씨와 그 아버지가 실종 당일 오전 3시 37분께 통화한 사실을 숨긴 것을 알게 됐고, 이외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A 씨와 가족의 여러 행동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 씨의 술버릇에 대해 "이전에도 두 차례 경찰에 위치추적을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술에 취하면 잠드는 아들의 술버릇 때문"이라며 신입생이던 2019년 당시 귀갓길에 화장실이나 지하철 등에서 잠이 든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계기로 주의를 주는 한편 위치추적 어플을 설치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실종 당일에 대해 "오전 1시 24분에는 (아들에게) '주위에 사람이 많고, 술을 더 안 먹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고, 이렇게 답이 오는 날은 더는 먹지 않고 곧 들어오기를 어긴 적이 없어 마음을 놓았다"면서 "그날은 2월부터 격주로 계속되던 시험과 6주간의 해부학실습 과정이 끝난 첫 주말이어서 한강공원에 나간다는 걸 말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사람도 많고 술도 더 먹지 않고 있다는 아이에게 서둘러 귀가를 종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손 씨 부친은 아들이 물을 즐기지 않는 성향이었다며 "쌀쌀한 날씨에 어두운 한강을 혼자 들어갔다는 것은 술에 취한 상태를 고려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 A 씨와 가족이 실종 당일 오전 5시 이후 한강공원에 도착한 뒤 약 20분간 강 비탈면을 살핀 점 ▲ A 씨가 당시 입었던 티셔츠를 다음날 신발과 함께 버린 점 ▲ A 씨가 잠금이 걸려있지 않은 정민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거나 부모에게 부탁해 정민 씨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점 ▲ A 씨 어머니가 실종 당일에는 A 씨와 정민 씨가 마신 술 종류를 청하·막걸리·소주로 특정했으나 이후 '어떤 술을 어느 정도 마셨는지 모른다'라고 번복한 점 등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회피하여 유가족에게 깊고 깊은 상처를 주고,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는 이 상황을 유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한다'라는 A 씨 측 변호인의 반복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분개했다.
손 씨 부친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A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 지난달 25일 오전 2시 18분쯤 까치발로 휴대전화를 하는 사진이나 주위를 서성였다는 목격자의 진술 ▲ 오전 5시 12분 2단 울타리를 넘어 정확히 현장에 최단 거리로 이동하는 모습 ▲ 오전 5시 34분쯤 휴대전화를 보며 비틀거림 없이 토끼굴을 혼자 지나가는 모습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손 씨 부친은 경찰이 제시한 조사 결과와 관련해 "실종 당일 아침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몸의 상처, 다툰 흔적 등이 조사된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증거수집 또한 중요한 신발과 티셔츠는 실종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이미 버려져 제출되지 않았고, 나머지 의류와 노트북은 실종 10일째인 4일 제출됐으며, 실종 당일 소지하고 있던 아이패드는 실종 15일째인 9일 제출됐다"고 늑장 대응을 지적했다.
손 씨 부친은 "(A 씨에 대한) 영상 분석, 거짓말탐지기, 프로파일러 추가 면담 등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경찰은 "손 씨 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25일 오전 1시 9분께 마지막으로 웹 검색을 한 뒤 인터넷·앱 사용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삼겹살 주문, 모친과 메시지 등을 통해 사용된 내용이 확인되자 "1시 33분께 삼겹살 배달 기사와의 통화가 마지막이다"라고 정정했다.
경찰은 1시 9분이 마지막 사용이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는 "통화, 문자, 메신저 송수신 내역은 인터넷, 앱 사용 내역과 분리돼 관리된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카카오톡이 앱 사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앱 사용내역과 분리해서 판단한 사소한 실수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