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낸 손씨 父 "친구, '일상 복귀 원한다'는 말에 분노"

입력 2021-05-26 11:06
수정 2021-05-26 11:11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 사건과 관련 손씨 부친이 입장문을 내고 "(사건 당시 술에 취해)'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친구)A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26일 손씨 부친은 "술자리를 갖거나 술버릇이 있는 모든 아이들은 다 죽어서 돌아올 거라고, 그래도 마땅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은 없을 것이다. 부모로서 자식의 죽음의 원인을 알고자, 진실을 말해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한다'는 A씨 변호인의 반복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손씨 부친은 "처음 A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았고, 오히려 '너도 많이 놀랐겠다' '자책하지 말고 (최면수사에) 편히 임해서 정민이 찾을 수 있게 꼭 도와달라' '오랜 시간 힘들었을 텐데 애써줘서 고맙다' 등 배려하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면서 "그러나 실종 사흘째 되던 날, 우연히 경찰관을 통해 A와 그 가족이 실종 당일 오전 3시 37분쯤 부자 간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숨긴 것을 알게 됐고, 이 외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A와 그 가족의 여러 행동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손씨의 술버릇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두 차례 경찰에 위치추적을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술에 취하면 잠드는 정민이 술버릇 때문이다. 모두 2019년 신입생 때의 일"이라며 "한 번은 집 앞까지 와서 상가 화장실을 이용하다 잠이 들었고, 한 번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잠이 들었다. 이 일로 주의를 주고 사고방지와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위치 앱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소 수영복 등 장비를 갖추고 안전이 담보된 곳에서 여럿이 함께 하는 수영 외에는 즉흥적으로 바다, 강에 들어간 적이 없고 평소 물을 즐기지 않는 성향"이라며 "쌀쌀한 날씨에 어두운 한강을 혼자 들어갔다는 것은 술에 취한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지형을 고려할 때 실족으로 인한 익사의 가능성도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손씨 부친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 수사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유일한 관련자인 A에 대한 조사는 늦었다. 진술 외에 (A에 대한) 혈중알코올농도, 몸의 상처, 다툰 흔적 등은 조사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중요한 증거품인 신발, 티셔츠는 실종 다음날 버려져 경찰에 제출되지 않았고, 나머지 의류·노트북 등도 실종 10일째가 돼서야 제출됐다. 실종 당일 소지하고 있었던 아이패드는 실종 15일째가 돼서야 제출됐다"고 비판했다.

손씨 부친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A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Δ지난달 25일 오전 2시18분쯤 까치발로 휴대전화를 하는 사진이나 주위를 서성였다는 목격자의 진술 Δ오전 5시12분 2단 울타리를 넘어 정확히 현장에 최단거리로 이동하는 모습 Δ오전 5시34분쯤 휴대전화를 보며 비틀거림 없이 토끼굴을 혼자 지나가는 모습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손씨 부친은 "(A씨에 대한) 영상 분석, 거짓말탐지기, 프로파일러 추가면담 등을 해야 한다"고 경찰에 요구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