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획조정실장 후보자가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부동산 투기의혹 문제로 교체됐다.
서울시는 “황보연 전 도시교통실장을 기조실장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청와대 인사 검증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다”며 “기조실장 후보자를 김의승 현 경제정책실장으로 교체해 청와대에 다시 검증을 요청하겠다”고 25일 발표했다. 후임 기조실장 임명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는 황보연 기조실장 직무대리가 업무를 맡기로 했다.
황 기조실장 직무대리가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한남3구역 투기 의혹’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서울시당과 권수정 서울시의회 의원(정의당)은 지난 4일 황 직무대리의 부동산 이해충돌방지 의무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그를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정의당 서울시당 측은 “황 직무대리가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인가 전 ‘환경영향 평가 검토 결과 보고서’를 결재하고 9일 뒤 이곳 단독주택을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한남3구역은 2019년 재개발 인가를 받았다. 권 의원은 “황 직무대리는 어느 구역이 빨리 사업인가를 받아 개발될 수 있는지 인식한 상태에서 해당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기조실장 후보자가 청와대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기조실장은 시의 행정·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대통령이 임용권을 가진 국가직 고위 공무원에 해당한다. 서울시가 임명을 제청하면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거쳐 대통령 재가로 임명된다.
청와대는 황 직무대리에 대한 인사검증을 한달 넘게 이어오다 결국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을 계기로 공직자의 땅 투기 의혹 제기가 잇따르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6일 조인동 행정1부시장, 류훈 행정2부시장, 황 기조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고위 간부 인사안을 청와대에 임용 제청했고, 청와대는 지난 14일 행정1·2부시장 임명만 재가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