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와 현실이 융합된 메타버스는 얼마 전만 해도 생소했다. 그런데 지금은 가장 뜨거운 미래 산업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BTS가 이미 신곡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발표했고, 걸그룹 에스파는 멤버 4명이 각자의 아바타(분신)와 함께 활동한다. 곧 아바타끼리 가상 사무실에 모여 회의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과 기관 25곳은 지난주 협력을 위한 ‘메타버스연합’을 출범시켰다.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도 활발하다. 국내 AI 교육 스타트업 뤼이드는 세계 최대 벤처투자펀드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00억원을 유치했다. 네이버는 어제 국내 첫 ‘초(超)대규모 AI’를 표방한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였다. 오늘 열리는 ‘한경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1’ 주제인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고조된다.
모두 핵심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분야다. 글로벌 관련 시장은 그야말로 쑥쑥 크고 있다. 코로나로 비대면 환경이 익숙해지면서 경제·사회 전반의 변화가 한층 빨라졌기 때문이다. AI는 2030년 세계 경제에 약 13조달러 기여할 것이란 전망(맥킨지)이다.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 1조5000억달러(PwC), 수소경제는 2050년 12조달러 규모(골드만삭스)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신산업이 만개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한국은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춘 2030세대가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투자받은 뤼이드의 장영준 대표도 35세다. 벤처캐피털은 국적 상관없이 될성부른 기업에 투자한다. 전통 일자리는 꽉 막혔지만 창의적 아이디어에는 성공 기회가 더 많아졌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됐듯이 기업이 곧 국가경쟁력이고, 정상외교까지 떠받치는 세상이다. 정치인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그제 현대자동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아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그동안 많은 정치인이 말로는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현실에선 기득권을 위한 규제를 만들고 신사업 싹을 자르는 행태를 보여왔다. ‘타다 금지법’이 대표적이다.
신산업을 꽃피우기 위한 ‘공정한 경쟁’은 경쟁자(기득권) 보호가 아니라 경쟁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강조하면서 ‘탈원전 도그마’에 빠져 그린수소 원천기술 중 하나인 차세대 소형 원자로(SMR) 논의를 배제하는 것도 모순이다. 듣기 좋은 선거용 발언이 아니라 실제로 신산업 족쇄를 풀고, 성장 걸림돌을 제거하는 게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국가를 ‘경영’할 이들의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