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이면 식당 안쪽 안 보이는 자리에 앉으시면 돼요. 12명도 와서 드시는데요, 뭘.”
25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의 한 한정식집. ‘6명도 식사할 수 있냐’고 묻자 식당 직원은 “문제없이 예약할 수 있다”고 답했다. “탁자를 띄울 필요 없이 길쭉한 탁자 하나에 앉아서 일행이 함께 식사할 수 있다”고까지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5개월 넘게 이어지자 시민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 식당들은 암암리에 ‘테이블 띄어 앉기’ 등으로 5인 이상 손님을 받고, 시민들은 오후 10시에 식당이 문을 닫으면 한강공원 같은 야외나 숙박업소에서 술자리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여의도, 광화문, 강남 일대의 식당 30곳에 문의한 결과, 18곳은 “5인 이상 예약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식당들은 대부분 “별도의 방에 들어가 테이블 두 개에 나눠 앉으라”고 안내했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일식집은 “혹시 한 테이블에서 먹고 싶으면 테이블 두 개를 붙이고 사이에 가림막을 쳐도 된다”고 했다.
식당 주인들은 “단속이나 신고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한정식집 종업원은 “손님만 신고하지 않으면 걸릴 일이 없다”며 “다들 그렇게 식사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예약을 권했다. “단속이 걱정되면 두 사람 이름으로 쪼개서 예약하면 된다”고도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영업이 어려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동구 천호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 매장은 오후 10시 이후 매출 비중이 70%라 지금은 장사가 거의 안 된다”며 “5명 넘어가는 손님을 안 받기에는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시민들의 경각심도 느슨해졌다. 대학생 박모씨(26)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걸리면 큰일 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새는 생각이 달라졌다”며 “어차피 수십 명이 밀집하는 버스 타고 강의도 들으러 가는데, 5명 규제를 지킨다고 코로나19가 예방될 것 같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대학 캠퍼스, 한강공원 등 야외나 숙박업소에서 오후 10시 이후 술자리를 이어가는 시민도 늘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하는 직장인 최모씨(31)는 “최근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에서 방을 잡고 업계 동료들과 모였다”며 “에어비앤비 주인은 4명 넘게는 안 받는다고 했지만 몰래 나눠 들어갔더니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방역수칙을 어겨 적발되는 사례도 많다. 경찰청이 지난달 5일부터 전국 유흥시설을 단속한 결과, 7주간 총 4749명이 적발됐다. 지난 19일 부산의 한 유흥주점은 오후 10시35분에 간판 불을 끄고 예약 손님을 대상으로 영업하다가 업주와 손님 30여 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최예린/최다은/최한종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