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운 한국인사관리협회장 "38년 인사관리 외길…HR명사 연락처 1000개"

입력 2021-05-25 18:36
수정 2021-05-26 00:36
“인사관리 한 우물만 판 지 30년이 넘었네요. 현장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을 저희만큼 잘 아는 곳도 없을 겁니다.”

국내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매달 한 차례 만나는 모임이 있다. 한국인사관리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인사관리자 월례 미팅’이다. 1997년 외환위기, 코로나19 등의 격변 속에서도 45년간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열린 기록을 갖고 있다. 협회가 발간하는 ‘월간 인사관리’ 역시 30년 넘게 국내 인사담당자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심상운 한국인사관리협회 대표(사진)는 “인공지능(AI)이 여러 직무를 대체하는 시대지만 인사(人事)는 사람의 일인 만큼 사람의 시각이 가장 정확하다”며 “여전히 오프라인 모임, 오프라인 잡지 발행을 우선하는 것도 사람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사관리협회는 1976년 창립했다. 창립 이후 매달 인사담당자 교류를 위한 오프라인 월례 모임을 여는 것은 물론, 인사관리 특강 등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실무자급 모임에서 출발해 현재는 최고인사관리책임자(CHO)들이 모이는 ‘CHO포럼’이 별도로 출범한 지 7년이 됐다. 초대 인사혁신처장을 맡았던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 삼성의 인재관리를 총괄한 신태균 전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 등도 이 모임에 함께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방식이 대세가 됐다. 하지만 협회의 인사담당자 모임은 여전히 오프라인으로 열리고 있다. 오프라인 모임의 ‘네트워킹 파워’를 온라인 모임은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협회 입사 후 38년 동안 인사관리 한 우물을 판 심 대표의 휴대폰에는 1000명이 넘는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의 연락처가 빼곡하다. 원기찬 전 삼성카드 사장, 윤동준 전 포스코에너지 대표 등은 인사 실무자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

심 대표는 “인사관리 기술은 각 기업이 지닌 고유한 ‘경영비법’과도 같아 온라인으로 함부로 공개하기 어렵다”며 “1년에 100회가량 오프라인 강좌를 운영하는데 여기서 쌓는 인적 교류가 핵심 자산”이라고 했다.

협회가 발간하는 ‘월간 인사관리’도 정기구독 방식을 고집한다. 단순한 잡지라기보다 인사관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보관하는 ‘지식창고’ 역할을 한다는 게 심 대표의 설명이다. 지금은 인사관리자의 필독 잡지가 됐지만, 출발 때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1989년은 출판물에 대한 심사가 무척 까다로웠습니다. 속칭 ‘빠꾸’를 여러 번 먹었죠. 겨우 등록하고 자리잡나 싶었는데 1997년엔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잡지 사업을 매각하자는 논의까지 나왔어요. 제가 자식같이 생각해서 이것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했었죠.”

심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인재관리가 기업에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모임을 활성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