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합숙연수가 뭔가요?"…아바타 모여 사옥투어·회식까지

입력 2021-05-25 17:10
수정 2021-05-26 04:17

메타버스가 뭐냐고 묻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반면 새로운 기술에 민감한 기업은 벌써 메타버스와 아바타의 세상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올 1월 네이버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첫 출근을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로 시작했다. 하지만 네이버 사옥을 둘러보고 동기들끼리 ‘인증샷’을 찍고 회식도 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무대였다. 사원들은 각자 아바타를 만들어 팀별 미션을 수행하고 가상세계에 조성된 네이버 사옥투어도 했다. 네이버뿐만 아니다. 많은 국내외 기업이 업무, 회의, 포럼, 직원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시공간 제약 없이 일할 수 있을 것”몇 년 뒤면 사무실에서 대면회의를 하거나, 신입사원이 연수원에서 모여 합숙하는 건 ‘라떼는’으로 시작하는 전설이 될지 모른다. 메타버스가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초통령 게임’으로 불리는 미국의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가 게임을 넘어 학습, 업무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지난달 메타버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은 따로 필요 없었다. 기자들은 페이스북의 가상현실(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를 착용하고 업무용 가상공간 앱 ‘스페이셜’에 모였다. 각자 얼굴을 본뜬 아바타가 차례로 가상공간 회의실에 들어섰다. 이진하 스페이셜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이날 간담회에서 VR로 업무 툴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미래에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품고 앱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직원교육에 활용하는 기업기업은 직원교육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는 코로나19 이전부터 VR을 이용해 직원교육을 하고 있다. 새로 입사한 매장 직원이 실제 고객을 마주하기 전 가상공간에서 고객 응대법을 익히도록 했다. 직원들은 매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돌발상황을 미리 경험함으로써 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다. 어설픈 고객 응대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월마트는 중간 관리자로 승진할 때도 가상공간에서 평가를 진행한다. 월마트 실제 점포를 그대로 따온 가상공간 속에서 화가 난 고객, 지저분한 매장 통로, 실적이 저조한 근로자 등 실제 업무현장에서 중간 관리자로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어떻게 돌파하는지 확인한다.

영국 자동차 제조회사 재규어랜드로버는 직원 훈련에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차량 대시보드를 수리하는 법을 가르칠 때도 실제 차량의 대시보드를 분해할 필요가 없다. 가상공간에서 가상 차량을 수리해볼 수 있다.

구직활동도 메타버스에서 이뤄진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2~13일 메타버스 서비스 ‘점프 버추얼 밋업’을 활용해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점프 버추얼 밋업은 가상 공간에서 비대면 회의나 콘퍼런스, 공연, 전시 등이 가능한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채용설명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점프 버추얼 밋업을 2030 취업준비생에게 각인시켰다. 취업준비생은 이 공간에서 채용 담당자와 만나 취업 정보를 얻었다. 메타버스 채용설명회장에는 응모를 통해 선정된 600여 명의 취업준비생과 채용·직무 담당자의 아바타가 모여들었다. 메타버스로 생산성 높여제조업체는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제품 완성도를 손쉽게 높일 수 있다.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미라(MiRA)’라는 AR 시스템을 통해 이 회사가 제작하는 항공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엔지니어들에게 3차원으로 제공한다. 스마트글라스, 태블릿을 이용해 작업 중 필요한 부품 정보, 재고 현황, 전체 조립도면, 공장 가동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380 기종의 일부 부품검사 기간을 3주에서 3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에 따라 관련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AR·VR 리서치 회사 아틸러리 인텔리전스(ARtillery Intelligence)는 기업용 VR 시장 규모가 2018년 8억2900만달러에서 2023년 42억6000만달러까지 4배 이상 팽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