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생 돌풍에…여야 할 것 없는 기성 정치인의 '꼰대 본색'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입력 2021-05-26 06:00
수정 2021-05-26 06:55

1985년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정치권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30대이자 국회의원도 한 번 못한 그가 제1 야당을 '접수'하겠다고 나서면서입니다.

그런데 기성 정치인들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5선이자 1954년생인 홍준표 의원은 SNS에 '이준석 신드롬'을 두고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라며 "대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또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는 없다"라고 저격했습니다. 그러면서 "도탄에 빠진 국민이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 후보와 함께 대표에 도전하는 5선의 1960년생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장·청의 경륜과 패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 의원은 "모든 당직에 청년들을 별도로 임명해 정치를 연습할 기회를 주겠다"고도 했습니다.


3선이자 1963년생인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를 향해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기는커녕 비난하기 바빴고, 심지어 등을 돌린 채 몇 차례 당적까지 변경한 사람이다"며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더니 언행은 노회한 기성정치인 뺨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컴퓨터와 씨름하던 나를 사람들과 씨름하는 곳으로 끌어내 준 그분에게 항상 감사하다"라고 밝힌 데 따른 것입니다. 이런 발언은 국민의힘 내 두터운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친박(친 박근혜)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이 후보에게 일종의 견제구를 날린 것입니다.

여권에서는 급기야 '장유유서(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순서와 질서가 있음)'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6선 국회의원을 지낸 1950년생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선 관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경륜 없이 할 수 있겠는가"라며 "거기다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 문화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옛날에 영국 (노동당)에 (에드) 밀리밴드라는 39세짜리 당대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당이 정권을 잡는 데 실패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거로 기억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후보는 "제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라며 "시험과목에서 '장유유서'를 빼자는 것이다. 그게 시험과목에 들어 있으면 젊은 세대를 배제하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되받아쳤습니다.

여야할 것 없이 경험 많은 정치인들이 청년 정치인의 도전을 두고 저주에 가까운 평가를 내놓는 것을 지켜보면서 평소 가지고 있던 의문이 풀렸습니다. 선거 때마다 왜 청년에게 퍼주겠다는 공약이 나오는지 말입니다.

청년을 경쟁자나 도전자로 인정한다면, 현금을 손에 쥐여주고 지지를 얻겠다는 식의 주장은 쉽게 내놓지 못할 겁니다. 청년을 우리 사회의 중추이자 핵심으로 여긴다면, 이들이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더 둘 것입니다.

아버지뻘이자 다선을 지낸 정치인들은 점잖게 경험과 경륜을 내세웠지만, 결국 이 후보를 '애송이' 취급하는 걸 숨기지 않았습니다. 청년 우대를 외치는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후보는 최근 국민의힘 대표 후보 여론조사에서 30%가 넘는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대는 물론 보수정당의 전통 지지층인 60대 이상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보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조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