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반토막, 헬멧 규제 풀어달라"…공유킥보드 기업의 호소

입력 2021-05-25 16:44
수정 2021-05-25 17:03

공유 전동킥보드 기업들이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대해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의회(SPMA)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3일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이후 이용률이 50% 가량 감소했다"며 "과태료 부과 조항이 없는 자전거 수준으로 안전모 규제를 낮춰달라"고 호소했다. SPMA는 올룰로(킥고잉), 빔모빌리티코리아(빔), 피유엠피(씽씽), 지바이크(지쿠터) 등 14개 기업이 가입한 단체다. "규제 지나치다" 불만SPMA는 "공유 PM 산업에는 안전을 위한 규제와 육성책이 함께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육성보다는 규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법 개정에 따라 전동킥보드 사용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 이상의 면허를 보유해야 한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거나, 2인 이상 탄 경우에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실제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 공유 전동킥보드 사용량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전동킥보드는 단거리 이동 시 즉흥적으로 타는 경우가 많다. 킥보드 사용을 위해 헬멧을 지참하는 사람이 드물다. SPMA는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모빌리티(PM) 특화 면허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원동기와 전동킥보드는 운행에 필요한 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시험 과목, 일정, 비용 등을 간소화한 새 면허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얘기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안전모를 강요하는 것보다 최고속도를 낮추는 방안이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공유킥보드는 최고속도가 시속 25㎞를 넘지 못하도록 돼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최영우 올룰로 대표는 "제한속도를 시속 20㎞까지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속 20㎞ 이하로 낮추면 안전모 미착용 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자전거와 안전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논리다.

SPMA 관계자는 “PM은 기존 이동수단에 포함되지 않는 신개념 교통수단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육성책이 필요하다”며 “검증된 친환경 이동수단,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미래 산업 진흥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업계와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안전모는 필수" 시선도 업계의 반발을 놓고 "정치권의 '오락가락 규제'가 피해자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는 지난해 5월 PM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차도가 아닌 자전거도로에서도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면허를 따지 않은 중학생도 탈 수 있도록 했다. 그 사이 공유 전동킥보드 수는 크게 늘어났다. 지난 3월 기준 서울시의 공유 전동킥보드 수는 6만8000대에 달한다. 운영 허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과는 달리 한국에선 사업을 위해 별도의 허가도 필요 없다.



다만 "안전모 착용 및 면허 소지 의무화는 필수적 규제"라는 시선도 만만찮다. PM 사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195건의 PM 관련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국내에선 싱가포르 업체인 뉴런모빌리티가 서울 강남구과 경기 안산 일대에서 공용 안전모를 거치한 공유 전동킥보드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 13일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이후 사용량이 되레 늘었다"고 설명했다. PM 산업의 성숙을 위해선 업체들이 '안전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로선 다른 업체들도 뉴런모빌리티처럼 공용 안전모를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SPMA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공용 안전모는 낮은 이용률과 위생·방역 문제 등으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가 가맹사업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가맹 점주들과 비용 분담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공용 안전모를 관리하는 데에는 전동킥보드 한 대당 연평균 8만~1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