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삼성 '네오 QLED'와 함께 올 상반기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였던 'QNED TV' 출시 시점을 두고 LG전자가 고민에 빠졌다.
QNED의 기반이 되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값이 급격히 오르고 있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여파다. 게다가 기존 주력 제품인 고가의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판매까지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QNED TV 출시 시점은 두 차례 연기된 끝에 다음달로 잡힌 상태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로선 올 상반기 중 출시 예정이라고 전달받은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 잠정 출시 일정도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펜트업(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현상) 수요에 가전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LCD 패널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LCD 패널을 사용하는 미니 LED TV는 기존 일반 LCD TV 대비 광원의 크기가 10분의 1 미만 수준인 마이크로미터(㎛) 단위 LED 발광 소자를 사용해 'LCD TV 기술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명암비 한계 등 LCD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면서도 올레드 같은 자발광 TV에 근접하는 화질을 구현해 주목 받았다.
당초 LG전자는 QNED 출시를 지난달 말로 계획했으나 패널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달 말로 한 차례 연기했다. 현재는 다시 한 차례 미뤄져 6월 말로 계획된 상태다.
LG전자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도 "LCD 패널 가격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TV 원가도 높아지고 있다"며 "올레드와 나노셀TV, 초대형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Witsview)에 따르면 지난달 하반기 LCD 패널값은 전월 대비 7% 올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14.5% 오른 LCD 패널 가격이 2분기에도 17% 상승이 예상된다"며 "전 세계 LCD 패널 출하의 55%를 차지하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수익성 위주 가격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짚었다.
여기에 LG전자의 주력 TV인 고가의 '올레드 TV'가 '코로나 특수'를 누리면서 판매량이 대폭 증가한 점도 LG를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LG 올레드 TV 출하량은 79만2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6% 증가했다. 이는 LG 올레드 TV 역대 1분기 출하량 가운데 최대치다. TV 시장의 최대 성수기이자 분기 최대 출하량을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와 맞먹는 수치다.
올레드 TV는 패널 특성상 LCD TV 대비 고가 제품으로 수익성이 높은 데다 올레드 패널을 관계사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반면, LCD는 해외 업체로부터 수급받아야 한다. LG전자는 QNED용 LCD 패널을 중국 BOE, 대만 AUO·이노룩스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비싸게 잘 팔리는' 올레드 TV를 두고 굳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LCD TV를 서둘러 판매할 이유가 없는 셈"이라며 "신제품이 나오면 올레드TV와 QNED TV를 같이 팔아야 해 마케팅 역량이 분산된다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