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 마케팅, 맞는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해야 돈 됩니다"

입력 2021-05-24 18:43
수정 2021-05-24 20:29

“개인화 마케팅이 말은 쉽지만 실은 달성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매출을 내려면 정확히 필요한 데이터를 면밀히 수집하고, 이를 마케팅이나 판매 채널에 제대로 연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헛수고가 되기 십상입니다.”

오재균 세일즈포스코리아 마케팅클라우드 총괄 상무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이용자경험(CX) 향상법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개인화 마케팅을 위해선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게 능사가 아니라 알맞은 데이터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려면 궁극적으로는 개인화를 달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개인 데이터를 잘 확보하고 가공해야 한다”며 “데이터를 활용한 CX가 중요해진 이유”라고 말했다. 데이터 ‘무작정 확보’는 무쓸모오 상무는 CX 향상을 위해선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아직까지 엑셀파일에 담긴 ‘죽어있는 데이터’를 주로 공유한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개인화 마케팅 준비가 되지 않은 기업은 대부분 제조 관점에 치우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며 “상품코드, 모델명 등이 바탕인 데이터는 아무리 수집해도 고객 선호도 파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개인별 판매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상품에 대한 친근도, 구매 의지 단계, 가격 민감성 등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어야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는 마케팅을 펼칠 수 있어서다. 오 상무는 “이용자가 온라인상으로 상품을 열람했을 때 곧바로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기업이 고객을 빼앗긴 것”이라며 “누군가 상품에 관심을 보였을 때 바로 구매로 이어지게 하려면 그 사람이 바로 반응할 수 있는 정보를 즉각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이같이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강화되는 추세라 온라인 광고서비스 대행사가 확보한 쿠키 데이터 등을 쓰기 어려워져서다. 오 상무는 “이제는 잠재적 소비자가 스스로 자기 취향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속옷기업 빅토리아시크릿이 자사 온라인몰에서 소비자가 자기가 원하는 속옷을 디자인하는 게임 형식 콘텐츠를 넣은 것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이용자에게 직접 특정 상품을 추천받길 원하는지 묻는 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제조향 데이터 활용 벗어나야”오 상무는 “데이터 활용법도 고도화해야 한다”며 “데이터가 매출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시스템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의류 판매 플랫폼의 경우 화면상으로 나타난 제품 타일에서 상품을 스타일, 계절성, 기능성, 브랜드 등으로 세분화해 보여주는게 그런 예다. 그는 “개인화를 이루려면 ‘마케팅향’ 제품정보를 기반으로 UX UI를 짜야 한다”며 “단순히 브랜드, 제품 코드, 상품명 등을 구분하는 ‘제조향’식으로 온라인몰 시스템을 짜면 개인화를 이룰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도 매우 섬세하게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기본 알고리즘만 의존해선 개인화 마케팅이 어렵다는 얘기다. 매주 신상품이 쏟아지는 리테일업계에서 구매횟수가 많은 제품을 위주로 추천하도록 시스템을 짜면 신상품은 아예 추천목록에 들어가지 못하는 식이다. 오 상무는 “특정 상품을 추천하는 횟수 등도 세밀하게 알고리즘에 반영해야 한다”며 “마케팅 하는 이들이 AI를 섬세하게 다룰 수 있어야 개인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활용·연결 까다로워…CDP 활용이 유리”오 상무는 사용자 데이터 플랫폼(CDP)을 활용해 CX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CDP는 여러 측면에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취합·분석해 다른 시스템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연결하는 데엔 매우 많은 비용과 인력이 든다”며 “이같은 과정에 자원을 덜 들이게 해주는게 CDP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F&F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 패션인더스트리 점유율 1위인 이 기업은 데이터를 활용한 매장 혁신과 디지털마케팅을 함께 추진했다. 세일즈포스의 소비재 클라우드 솔루션을 도입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데이터를 취합 분석했다.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서로 연동되게 해 매장 직원들이 온라인몰 정보를 기반으로 매장에 방문한 이들에게 제품을 추천할 수도 있게 했다.

오 상무는 “의류 매장은 고객이 방문했을 때 직원이 어떻게 응대했는가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진다”며 “매장 직원들이 데이터를 잘 파악하고 있으면 기존 구매 제품을 보완해주는 제품을 추천하거나, 보다 개선된 제품을 추천하는 식으로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F&F는 데이터를 마케팅과 상품기획에도 활용한다. 오 상무는 “각 부서가 데이터를 공유해 활용하면 최신 상품에 대한 매장 고객 반응이 어떤지 등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며 “이를 추후 새 상품 기획에 반영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자사 온라인몰에 유입된 트래픽 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한 구매자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데에 세일즈포스 솔루션을 썼다. 이를 통해 이용자군을 세밀하게 나눠 개인화 캠페인을 벌였다는 설명이다.

오 상무는 “세일즈포스의 CDP 솔루션은 레고블록과 비슷하다”며 “마케팅, 전자상거래, 오프라인 매장경험 등을 아우를 수 있게 단일 플랫폼으로 연결해주기 때문에 각 회사가 필요한 만큼 솔루션을 이용해 단계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