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제1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가 2017년 9월 창사 후 처음으로 파업 위기에 몰렸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총 9785명이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인천공항시설관리, 인천공항운영서비스(2자회사), 인천공항경비(3자회사) 등 세 곳에 소속돼 정규직 전환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 1년 만이다. 파업 준비 나선 인국공 제1자회사
24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시설관리에 소속된 3개 노동조합(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인천공항지역지부 시설통합지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인천공항시설관리노조, 인천공항시설통합노조) 가운데 민주노총 시설통합지회(노사 교섭대표)와 한국노총 인천공항시설관리노조가 쟁의 절차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초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필수시설 업무에 필요한 인력 비율 산정을 신청했다.
지금은 인천지노위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통상 3개월 이상 걸린다. 앞서 올해 초 있었던 조합원 대상 노동쟁위 찬반 투표에서 80~90%의 찬성표를 얻었다. 지금은 파업 준비와 임금교섭 등을 병행하고 있다. 시설통합지회는 6월 1일부터 5일까지 청라국제도시부터 매일 10㎞씩 도보로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거리투쟁도 준비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2017년 5월) 직후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1호 업무지시’로 내린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인천공항공사가 3개 자회사를 세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후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인천공항시설관리,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인천공항경비가 차례로 설립됐다. 인천공항시설관리에는 공항 시설과 시스템 유지보수 인력 3487명이 근무하고 있다. 勞 “인천공항공사가 이사회 장악”
노조 측이 회사에 요구하는 첫 번째는 “지난 1월부터 적용된 올해 임금인상률(2.8%)의 근거가 모호한 만큼 관련 데이터를 노조에 제공하라”는 것이다. 노조 측은 “가용한 재원을 기반으로 임금인상률을 재산정하기 위해 인건비, 이윤, 일반관리비 등 세부예산 항목자료를 요청했지만 사측이 거부했다”며 “임금인상률이 모회사인 인천공항공사의 개입으로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설립 후 4년이 가까워 오지만 경영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파업 요인으로 꼽는다. 시설통합지회 관계자는 “이사회 7명 가운데 6명이 공사의 전·현직 임원으로 구성됐다”며 “이사회 인원 구성부터 실질적 경영에 이르기까지 인천공항공사에 휘둘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이 밖에도 인천공항공사가 자회사에 용역 업무를 발주할 때 예정가격의 100%로 낙찰해주고, 모회사 직원들보다 업무시간이 더 긴 3조2교대 근무를 4조2교대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당연한 주주권 행사”이에 대해 인천공항시설관리와 모회사인 인천공항공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률 책정 근거 데이터 제공부터 부정적이다. 인천공항시설관리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는 자료는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경영 자료”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임금인상률은 자회사 재원범위 안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공사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오해가 풀어지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사회 구성 등에 대한 노조 반발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이사회를 통한 경영감시는 대주주로서 당연한 권리”라며 “행여 있을지 모르는 경영상 실수는 공사에 직접 피해를 주기 때문에 최소한의 관리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공사와 시설관리 측은 △‘낙찰률 100% 보장’ 요구는 생산성 향상 노력은 하지 않고 임금을 올려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근무 형태 조정은 4조2교대로 전환할 경우 전 직원의 25%가량을 추가 증원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자회사와 협력해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파악하고, 대체인력 투입 등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혹시 현실화할지 모르는 파업에 대처하기로 했다.
노조의 파업 움직임을 바라보는 인천지역 경제계와 항공·관광업계는 불안한 내색이다. ‘코로나19 쇼크’로 인천공항공사가 창사(2001년) 이후 최악의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 노조까지 파업하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사실상 첫 적자(4200억여원)를 낸 데 이어 올해는 그 규모가 8600억여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지금은 파업보다 위기 돌파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