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코알라] 변화하는 블록체인 시장과 라인의 전략

입력 2021-05-24 23:24
수정 2021-05-25 11:45
▶5월25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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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겁다. 코로나를 겪으며 전 산업에 걸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었고, 디지털에 자산을 담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졌다. 지금의 시장은 블록체인이 일시적으로 대중적 관심을 모았던 2018년 초와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3년 전과 비교해 명확히 달라진 부분들도 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시장의 문제도 있다. 먼저 달라진 점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국가별 규제 정비가 이루어졌다. 미국에서 토큰의 증권성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선례들이 만들어졌고, 일본은 자율규제 단체를 통한 암호화폐 상장 절차까지 정비하였다. 우리나라 또한 올해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을 통해 규제 내에서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시장에 존재하는 실험적인 서비스들을 현존하는 규제로 모두 대응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관련 규제가 거의 전무했던 3년 전과 비교한다면 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로 기관과 기업들의 시장 유입이 본격화되었다. 특히 암호화폐거래소 사상 최초의 상장사인 코인베이스를 배출한 미국 시장의 기관 자본 유입이 두드러진다. 코인베이스에서 기관 거래자들 거래액은 작년 4분기 기준 약 5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성장하였고 전체 거래 비중의 65%에 달한다. 페이팔은 작년 12월 이후 암호화폐 결제 및 매매 서비스를 지원하였고 비자, 마스터카드, 골드만삭스, JP모간 등도 올해 관련 서비스 및 상품 출시를 진행하고 있다. 소수 개발자 커뮤니티와 리테일 투자자 중심의 시장이었던 과거와 비교한다면 전혀 다른 수준의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마지막으로는 블록체인 기반 자산이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초기 암호화폐가 전부였다면 지금은 새로운 유형의 자산들을 블록체인에 담고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종류와 자산 규모도 확대되었고,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디지털화폐(CBDC) 영역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부동산이나 미술품 등의 실물 자산을 분할 유통하는 사례들이 생겨났고, 게임 아이템, 디지털 아트워크, 스포츠·연예인 카드, 메타버스 내 부동산 등 희소성을 지닌 디지털 네이티브 콘텐츠들이 토큰화되어 유통되기 시작했다. 희소한 자산을 담는 NFT(Non-fungible token)의 월간 거래 규모는 작년 12월 이후 불과 3개월 간 20배 이상 성장했다. 이렇듯 블록체인은 일반 암호화폐 이외에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무형의 자산들을 담고 활용하는 기반 기술로서 성장하고 있다.

시장이 여전히 해결 중인 문제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과 대중들에게 블록체인은 여전히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블록체인 도입을 망설이고 있거나, 매우 소극적인 수준에서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유저들 또한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매수·매도하는 것 외에 다른 상품들과 서비스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원인은 ①규제 대응의 어려움 ②개발 비용 ③사용성의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기업이 토큰을 발행하는 경우, 토큰의 성질이나 정책에 따라 다양한 측면의 규제 검토가 필요하고, 유통 과정에서도 자금 세탁 등의 불법 거래로 활용되는 흐름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 시장에 나와있는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들은 탈중앙화와 익명성이라는 특성에 의해 이러한 영역에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이에 기업들이 직접 월렛이나 토큰 거래 환경 등을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개발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마지막으로 안 좋은 사용성 때문에 서비스 복잡도가 높아지고 사용자들이 이탈하는 것도 큰 우려이다. NFT 거래나 암호화폐 기반의 서비스들을 이용하기 위하여 유저는 프라이빗키를 직접 보관하는 월렛을 개설하는 것을 포함해 복수개의 서비스에 가입·인증·송금하는 경험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여전히 일반적이다.


라인 블록체인은 2018년부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왔다. 대형 사업자들도 적법하게, 그리고 쉽게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대중 유저들은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듯 쉽게 토큰과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형태의 메인넷을 구축하였고, 기업들이 토큰 발행시 초기 토큰 심사를 진행하는 등 플랫폼 차원의 규제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LINK(LN)는 자금 조달이나 ICO 없이 생태계 기여자들에게 점진적으로 분배하는 모델을 택했고, 엄격한 상장 심사 과정이 있는 일본 시장에 지난해 8월 공식 상장되었다. 또한 쉽게 블록체인을 연계할 수 있는 개발 플랫폼인 라인 블록체인 디벨로퍼스를 제공하여 기업들의 개발 비용을 대폭 낮춰주고 있다. 일본에서 우선 유저들에게 라인 메신저와 연계된 거래소와 월렛을 제공하여 누구나 쉽게 토큰을 받고 거래하거나 예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올해는 실물 결제 연계와 NFT 거래 서비스 출시를 통해 보다 완결된 경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인 블록체인은 유수 기업들과 대중 유저들이 유입된 블록체인 생태계를 먼저 공고히 구축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이후 규제 환경과 산업의 성숙도를 고려하여 네트워크 분산화와 체인 간 연계 등 새로운 생태계 확장 단계로 넘어가고자 한다.

탈중앙화, 디지털 민주주의, 검열 저항성을 똑같이 이야기했던 기술이 수십년 전에도 있었다. 바로 인터넷이다. 그리고 인터넷 이후 세상은 실제로 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바뀌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인터넷 초기의 이념과 기술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 누구나 받아들일 만큼 건전하고, 유익하고, 무엇보다도 쉬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라인 블록체인이 보다 대중적이고 건전한 블록체인 시장을 만들어가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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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의 블록체인 사업법인 라인테크플러스와 블록체인·토큰 컨설팅법인 언블락 대표를 맡고 있다. 라인에 2018년도 입사해 링크와 블록체인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이후 리워드 솔루션 개발, 다양한 디앱 출시 등을 이끌며 라인의 블록체인과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 확장에 기여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핀테크 분야 사업 전문가로, 외환 전문 핀테크기업 센트비를 공동 창업하고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