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골퍼' 미컬슨의 캐디백…47.9인치 드라이버 로프트각 6도로 조절

입력 2021-05-24 17:40
수정 2021-05-25 08:57
필 미컬슨(51·미국)은 보수적인 미국 골프를 상징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지난 30년간의 프로 생활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가장 혁신적이며 실험 정신이 강한 골퍼였다.

미컬슨은 24일(한국시간) 우승을 차지한 PGA챔피언십에서 캘러웨이 에픽 스피드 트리플 다이아몬드 모델을 들고나왔다. 메이저대회 역대 최장거리(7876야드)로 설계된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리조트에 맞서기 위해 47.9인치로 특별 제작한 드라이버다. 48인치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미국골프협회(USGA) 클럽 규정을 불과 0.1인치 차이로 지켰다.

미컬슨은 또 스윙 아크가 커지면 높아지는 탄도를 잡기 위해 드라이버 로프트 각을 6도로 조절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특별 제작한 슬리브(클럽 헤드와 샤프트를 잇는 부분)를 장착해 실제 로프트 각은 5.5도로 맞췄다. 클럽의 늘어나는 무게를 잡기 위해 캘러웨이와 머리를 맞대 헤드 무게를 188g으로 줄였다. 롱 드라이버를 썼다가 효과를 보지 못한 다른 선수들과 달리 미컬슨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비거리를 증대했다. 그가 이날 최종라운드 16번홀에서 366야드를 날려보내 최장 드라이브샷 전체 1위를 기록한 배경이다.

2006년 마스터스에선 캐디백에 드라이버를 2개 꽂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하나는 페이드 구질(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쪽으로 휘는 샷), 또 하나는 드로 구질(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쪽으로 휘는 샷)을 위한 것이었다. 당시 미컬슨은 2개의 드라이버를 사용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13년 드라이브샷 난조로 고생했을 땐 아예 드라이버를 빼고 나간 적도 있다. 대신 우드를 하나 더 가져갔다. ‘2번 우드’ 혹은 드라이버와 우드를 괴물 프랑켄슈타인처럼 합성했다 해서 ‘프랑켄우드’로 불렸다. 이 클럽은 헤드가 페어웨이 우드 크기였으나 샤프트가 45인치로 길었고 로프트 각도 8.5도로 드라이버에 가까웠다. 미컬슨은 이 드라이버로 그해 디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