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신예가 당대표 됐으면"…나경원 "만만한 대표 원하나"

입력 2021-05-24 17:41
수정 2021-05-25 01:23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일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간 신경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유력한 주자인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준석, 김웅, 김은혜 등 신예 당권 후보를 공개 지지하자 “시정에나 신경 쓰시라”며 작심 비판을 했다. 신진 후보들은 나 후보를 “노후 경유차”로 비유하며 세대교체를 요구했다.

나 후보는 24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오 시장은) 시정이 바쁠 텐데 전당대회에 관심이 많다”며 “본인에게 만만한 당대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날 밤 오 시장이 SNS에 “0선, 초선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토론회에서 당의 밝은 미래를 봤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나온 반응이었다. 오 시장은 이 SNS에서 “방금 전 0선, 초선들이 자체적으로 벌인 토론회를 유튜브로 봤다”며 “그 많은 후보 중 누가 대표가 돼야 국민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요?”라고 썼다. 이준석, 김웅, 김은혜 후보가 자체적으로 연 공개토론회 직후 이런 메시지가 나오자 ‘오 시장이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세대교체를 지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선 후보인 원희룡 제주지사와 부산지역 3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신진그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원 지사는 이날 SNS에 올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휩쓰는 변화와 혁신의 물결’이라는 글에서 “내년 대선은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많이 변하느냐의 싸움”이라며 “젊은 후보들의 돌풍은 당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세대 확장, 세대 연대 전략으로 정권 교체하자”고 했다.

이날 후보자들은 당대표의 역할을 자동차에 비유하는 설전도 벌였다. 나 후보가 이날 인터뷰에서 “이번 당대표 후보는 예쁜 스포츠카가 아니라 짐을 잔뜩 싣고 좁은 골목길을 갈 수 있는 화물트럭이어야 한다”고 언급한 게 발단이 됐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대선을 치르려면 경험과 경륜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준석 후보는 즉각 SNS에 “제가 올초에 주문 넣은 차는 전기차”라며 “깨끗하고, 경쾌하고, 짐이 아닌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있고, 내 권력을 나눠줄 수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김은혜 후보는 “노후 경유차를 몰면 과태료 나온다”며 “당대표가 되면 대선 주자들을 카니발에 태우고 전국을 돌며 신나는 대선 축제를 벌이겠다”고 받아쳤다. 5선 중진인 주호영 후보도 “스포츠카든 화물차든 전기차든 카니발이든 문재인 운전자를 끌어내리고 베스트 드라이버를 모시는 정권 교체 꼭 이루겠다”며 이날 설전에 가담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