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다음날 숙취운전 사망…"업무상 재해"

입력 2021-05-23 17:45
수정 2021-05-24 00:23
회식 다음날 술에서 덜 깬 상태로 차를 몰아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숨진 A씨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20년 3월부터 한 리조트 조리사로 근무하던 A씨는 같은 해 6월 상사인 주방장과 함께 오후 10시50분까지 술을 마셨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오전 5시 운전대를 잡은 A씨는 제한 속도(시속 70㎞)를 크게 웃도는 시속 151㎞로 차를 몰다가 반대 방향 차로의 연석과 신호등, 가로수를 잇달아 들이받은 뒤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과속운전 등에 따른 범죄로 숨졌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사고 전날 상사의 제안과 협력업체 직원들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음주를 하게 됐다”며 “채용된 지 약 70일 지난 고인이 상사와의 모임을 거절하거나, 종료 시각 등을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사고 당일 오전 5시께 상급자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깨 출발했다”며 “고인은 지각하지 않기 위해 과속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