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 시장의 ‘좁은 문’을 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본사를 중화권에 설립하는 등 다양한 고육책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게임의 진입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어서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 모바일 게임업체인 A사는 본사를 홍콩에 설립했다. 대신 국내에는 한국 지사를 만들었다. 한국 지사는 게임 개발과 회사 업무 대부분을 도맡고 있다. 사실상의 본사 역할이다. A사 관계자는 “중화권 지역에 법인을 세울 경우 판호를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홍콩에 회사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 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자국 내에서 한국의 신작 게임 유통을 극도로 제한했다. 지난 4년여 동안 판호(版號·유통허가)를 받은 한국 게임은 두 개뿐이었다. A사뿐만 아니라 국내 상당수 게임사는 중국에 신규 게임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게임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48조9918억원에 달했다. 세계 게임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넥슨은 게임 ‘던전앤파이터’ 하나로 중국에서 매년 수천억원을 벌었다.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개발한 스마일게이트는 이 게임으로 버는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벌어들인다.
일명 ‘허핑징잉(和平精英)’ 방식이라는 우회 진출법도 동원된다. 텐센트는 2019년 모바일 게임 허핑징잉(和平精英)을 내놨다. 게임 내용과 그래픽 등이 국내 게임업체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과 비슷하다.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내 유통권을 가진 텐센트는 이 게임으로 판호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유사 게임을 내놨다. 텐센트는 대신 크래프톤에 로열티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웹젠도 자사 게임 ‘뮤’의 지식재산권(IP)을 중국 업체가 활용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텐센트가 국내 게임사 투자를 다시 확대하는 것도 국내 게임 IP만 활용해 우회적으로 중국에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는 전문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