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부권 최대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 16개 구역 중 8곳이 입주를 마쳤거나 앞둔 상태다. 뉴타운 사업 지구에서 해제된 뒤 장기간 방치돼 온 신길1·2·4·13·15구역도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정비사업을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노후 저층 주거지 개발이 가시화하면서 인근 새 아파트 단지들의 매매 가격도 뛰고 있다. 10구역 1년 반 만에 4억원 뛰어
2005년 처음 추진된 신길뉴타운은 성북구 장위뉴타운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재개발 사업지다. 그러나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16개 구역 중 6곳(1·2·4·6·15·16구역)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 지구에서 해제됐다. 이 구역들은 20년 가까이 재개발이 표류한 탓에 주택 노후화가 심각하다.
하지만 올 들어 이 중 5개 구역(1·2·4·13·15구역)이 정부 주도 공공 정비사업 후보지로 지정돼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1구역과 13구역은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공공 재개발’(5·6 대책)과 ‘공공 재건축’(8·4 대책) 후보지에 포함됐다. 2·4·15구역은 2·4 대책에 따라 추진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 개발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들 구역은 사업 주체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공기관 주도로 기존 토지 소유주와 무주택자에게 공공분양 방식으로 신규 주택을 공급하고, 일부는 공공임대로 짓는다는 점은 동일하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줄여 기존에 민간 조합이 주도하던 방식보다 사업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공공개발을 추진 중인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13구역(신미아파트 일대)이다. 지난 3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이 구역은 공공 재건축이 이뤄지면 지상 최고 36층, 461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신미아파트(130가구·1981년 입주) 전용 86㎡는 1월 9억5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다.
이들 사업지는 주민 동의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LH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으로 공공개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데다 추가로 짓는 주택 상당수를 임대주택으로 내놓아야 해 주민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인근 신축 아파트도 ‘들썩’1974년 준공한 10구역(남서울아파트·518가구)은 신길뉴타운에서 유일하게 민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8부 능선’인 사업시행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이 단지는 재건축 후 816가구로 변모한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조합원 승계가 가능한 남서울아파트 전용 41㎡ 호가는 9억2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2019년 10월 실거래가(5억8500만원)보다 4억원 가까이 뛰었다.
뉴타운 해제 구역의 개발이 속속 가시화하면서 인근 새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신길뉴타운 5·7·8·9·11·12·14구역은 입주를 마친 상태다. 3구역을 재개발한 ‘더샵 파크프레스티지’(799가구)는 내년 7월 입주 예정이다. 신길뉴타운 아파트 시세는 준공 5년 미만인 ‘래미안에스티움’(7구역·1722가구)과 ‘신길 파크자이’(8구역·641가구), ‘힐스테이트 클래시안’(9구역·1476가구)이 주도하고 있다.
래미안에스티움 전용 84㎡는 지난 1월 15억8000만원에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호가는 17억원에 달한다. 전용 39㎡도 지난달 18일 9억2700만원에 신고가를 쓴 뒤 호가가 9억5000만원 선이다. 힐스테이트 클래시안 전용 84㎡ 호가도 직전 신고가(16억2000만원)보다 8000만원 오른 17억원에 형성돼 있다. 신길동 K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 때문에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교통 호재도 집값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서울 경전철 신림선이 개통되면 여의도로 직접 연결되고, 지하철 2호선 신림역을 통해 도심 출퇴근이 쉬워진다. 지하철 7호선 신풍역을 신안산선(2024년 개통)도 지날 예정이어서 교통망은 더욱 나아질 전망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