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입학 정원을 줄이면서 부실 대학은 단계별 시정조치를 거쳐 폐교도 불사한다는 게 핵심이다. 수없이 우려가 제기되고, 더 미룰 수도 없는 대학 구조조정에 정부가 다시 나선 게 주목되지만 걱정스런 대목도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한참 뒤늦은 이번 발표 방안이나마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다. 계획만 거창할 뿐, 당장 시급한 입학정원 감축조차 2024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된다. 정원 조정이라는 민감하고 골치 아픈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겨버린 것이다. 3단계로 접근하겠다는 대학재정 평가 및 상응조치 또한 차기 정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도상 훈련’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그간 재정 지원을 무기로 시도했던 대학 구조조정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더욱 그렇다. 정권 성향을 떠나 ‘정부 연속성’ 차원에서 교육부가 이번에는 확실히 성과를 내놔야 한다.
교육계의 최대 과제로 대학 구조조정이 아젠다로 부각된 게 벌써 20년이다. 김영삼 정부 때 우후죽순 격으로 대학이 난립했고, 정원도 급증했다. 곧바로 김대중 정부 때부터 경제·사회 전반의 구조개혁과 더불어 대학 구조조정 논의가 제기됐지만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늘 말뿐이었다. 퇴로가 없는 사학(私學)재단 문제도 적지 않지만, ‘지역 내 대학 필수론’이 시·군으로까지 퍼져 퇴출을 막았다. 국회 역시 지방소멸론과 기계적 균형발전론으로 부실대학을 감싸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 올해 신입생 미충원이 4만 명을 넘었다. 이대로 가면 2024년에는 10만 명을 넘는다. 10년 이상 등록금을 동결한 데다, 뒤떨어진 연구·강좌로 한국 대학은 더 이상 ‘고등교육기관’이라고 부를 수 없는 형편이다. 연구수준과 국제화 정도, 취업률과 산학(産學)연계 성취도 등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는 현실은 무수한 대학들도, 교육부도 잘 알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학 자율에 맡길 것은 최대한 맡기면서 외부 간섭을 배제한 구조개혁이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 국회는 물론 각급 지자체 등 ‘지역정치’가 개입 못 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큰 원칙대로만 간다면, 정원 일괄축소에 따른 수도권 대학 역차별 문제, 국공립대부터의 과감한 전공·학과 통폐합, 사립대 퇴로 열어주기 같은 과제는 오히려 부차적일 수 있다. 이번에도 말로만 그친다면 한국 고등교육은 미래가 없을 것이다. 교육부가 진짜 대못 박아야 할 정책은 대학 구조조정의 로드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