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영화관 CJ CGV가 최근 특별한 팝콘을 판매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포대 팝콘'.
커다란 포대자루에 담아 판매하는 이 팝콘은 디자인부터 남다릅니다. 레트로 감성을 담은 서체와 디자인을 사용해 1980년대 밀가루 포대를 떠올리게 해 재미를 더했습니다.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팝콘치고 양에 비해 가격도 낮습니다. 한 포대에 9900원. 선착순 200명에게는 한 포대를 사면 한 포대를 더 주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CGV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을 통해서도 포대팝콘을 판매할 예정입니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파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배달 판매까지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영화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극장, 디지털 온라인시장, 해외 매출을 포함한 지난해 영화산업 매출 규모는 9132억원에 그친 것으로 추산됩니다. 영진위가 영화산업 매출을 산출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한 해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CGV도 악재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CGV는 지난해 5834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년(1조9423억원)에 비해 70% 급감했습니다.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해 지난해에만 38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CGV는 3년 내에 전체 직영점(119곳)의 30%에 해당하는 35~40개의 상영관을 폐점하고, 신규 출점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팝콘과 음료, 핫도그 등을 판매하는 매점 매출도 당연히 줄었습니다. CGV는 2019년 매점에서만 3213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매점 매출은 880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 자체가 줄어든 데다 방역수칙에 따라 상영관 내에서 음료 외 다른 음식물의 취식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CGV 전체 매출에서 매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수준입니다. 매점 사업은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원가에 비해 판매 단가가 높아 영업이익률이 높은 알짜 사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관이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살펴보면 식품 사업에 가깝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포대팝콘은 영화관의 알짜 사업 부문인 매점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CGV가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영화관이 팝콘 배달까지 나서는 신세가 됐습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영화관의 팝콘 배달 서비스는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계속될 지 모르겠습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