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텐센트가 게임과 핀테크 부문의 성장세에 힘입어 1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배 이상 급증했다. 당국의 빅테크 규제 강화에 맞닥뜨린 텐센트는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투자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텐센트는 올 1분기에 순이익 477억위안(약 8조3000억원)을 거뒀다고 전날 발표했다. 작년 1분기보다 65% 늘어난 규모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추정치 평균(354억위안)을 크게 웃돌았다. 텐센트의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1353억 위안(약 23조6700억원)에 달했다.
텐센트를 창업한 마화텅 회장은 "1분기에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하면서 전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사업 지원 부문, 고부가가치 게임, 짧은 동영상 부문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텐센트는 중국 짧은 동영상 업계에서 더우인(중국판 틱톡)에 이어 2위인 콰이서우의 2대주주이며, 별도로 자체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위챗에 짧은 동영상 공유 코너인 스펀을 운영하고 있다.
텐센트는 세계 최대 게임 기업이자 중국에서 가장 큰 소셜미디어 기업이기도 하다. 게임 부문에선 PC 부문 사용자 1위인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모바일 1위인 배틀그라운드(PUBG)모바일도 서비스한다.
텐센트의 1분기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436억위안으로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했다. 텐센트는 올해 리그오브레전드 모바일, 닌텐도와 협업한 새로운 포케몬 게임 등 60여개 타이틀을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게임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의미하는 VAS사업부의 1분기 매출은 16% 늘어난 724억위안을 기록했다. 대표 소셜미디어인 위챗의 3월말 기준 가입자 수는 12억4160만명으로 3.3% 증가했다.
각종 플랫폼에 거는 온라인 광고사업부 매출은 23% 늘어난 218억위안, 핀테크사업부 매출은 47% 늘어난 390억위안을 나타냈다. 핀테크사업부는 중국 모바일결제시장을 알리페이와 함께 양분하고 있는 위챗페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대출, 보험 판매 등 다양한 금융업을 벌이고 있다.
텐센트는 최근 당국의 견제 강화를 의식한 듯 실적발표회에서 "사회 문제 해결에 500억위안(약 8조7000억원)을 내놓겠다"는 기존 계획을 다시 강조했다. 마화텅 회장은 지난달 탄소 중립, 식량·물 공급, 농촌 활성화, 과학 교육 등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텐센트 측은 "우리는 정부의 지침에 부응할 수 있도록 내부 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지침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빅테크 견제에 본격 착수했다. 시장 부문에선 반독점과 불공정행위 단속에 나섰다. 금융업에선 금융지주회사를 세워 은행급 규제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그동안 묵인했던 무차별적 인수합병도 들여다보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핀테크업체 앤트그룹의 상장이 지난해 11월 전격 중단되고, 지난달에는 3조1000억원대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는 등 '시범 케이스'로 걸려들었다. 업계에선 알리바바와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텐센트가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이날 홍콩증시에서 텐센트의 주가는 장중 3% 넘게 하락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