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본격 막을 올린 '배터리 합종연횡'의 한 축으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손잡고 '배터리 패권' 쟁탈전에 뛰어들면서다. 완성차 업체는 안정적 배터리 공급 효과를, 배터리 제조사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일 미국 2위 완성차 업체 포드와 전기차 배터리셀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포드는 현재 순수 전기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머스탱 마크-E'를 판매 중이다. 픽업트럭 'F-150'과 승합차 '트랜짓'의 전기차 전환 작업을 위해서도 안정적 배터리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사는 JV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데까지도 나아갈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는 배터리셀, 모듈, 배터리팩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배터리셀 제조는 배터리 완제품 생산에 가장 핵심적인 단계다.
이같은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 영향력을 본격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위해 26억달러(약 2조9600억원)를 들여 조지아주(州)에 제1공장 착공을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두 번째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제1공장은 올해 가동을 시작해 2022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부지에 건설 중인 제2공장까지 양산 가능한 상태가 되면 오는 2023년 생산능력이 21GWh(기가와트시)로 늘어난다. 매년 전기차 30만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와 미국 외에도 중국, 헝가리에 배터리셀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배터리 생산규모는 약 40GWh며 2025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125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약 180만대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포드 연합은 앞서 합작사를 설립한 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GM)에 맞설 수 있는 생산설비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2019년 12월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구 기가파워)'를 설립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에 35GWh 규모의 배터리 제1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유사한 규모의 배터리 제2합작공장을 테네시주에도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이들 합작공장에서 오는 2024년까지 총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전기차 100만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공장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만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110만대에서 2023년 250만대, 2025년 420만대로 늘어나는 등 연평균 40%의 초고속 성장이 예고됐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다. 지난해 연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24%)이 차지한 가운데 2위 LG에너지솔루션(23.5%)이 뒤를 바짝 쫓았다. 삼성SDI는 5위(5.8%), SK이노베이션은 6위(5.4%)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