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말기 신부전 환자가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았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현모씨(46)에게 혈액형이 다른 부인의 신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씨는 신장 이식수술을 앞두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말기 신부전 환자는 면역기능이 취약해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에 속한다. 한 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반인보다 예후가 나쁘다.
특히 현씨는 혈액형이 다른 부인 김모씨(44)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을 계획이었는데, 혈액형 부적합 신장 이식은 높은 강도의 면역억제 요법이 뒤따르기 때문에 수술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장기이식센터는 포기하지 않고 현씨가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후 고착화효소항체법(ELISPOT)을 통해 면역기능을 진단했다. 항체생성 여부 검사도 병행해 현씨가 충분한 면역기능을 회복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씨는 코로나19 완치 후 3개월이 지나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았고, 신장 기능을 되찾았다. 현씨는 “아내의 사랑과 희생 덕분에 새 생명을 얻게 됐다”며 “평생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후 장기 이식수술을 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정병하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말기 신부전 환자처럼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도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면밀한 면역기능 파악을 통해 신장 이식까지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양철우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가정의 달을 맞이해 부부 신장 기증인들을 기념하고 가족 사랑을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