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초의 인상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다. 1주일에 스마트폰을 1500회 사용하고, 하루평균 11시간 동안 90m 분량의 디지털 콘텐츠를 ‘스크롤’하는 시대에 진중하게 생각하고 관계를 깊게 이어갈 겨를이 없다. 60초마다 페이스북에 400명이 새로 가입하고, 31만7000건의 업데이트, 14만7000개의 사진이 올라오는 시대 아닌가.
이런 ‘순간의 시대’는 지식의 습득, 지식의 소비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업의 세계에서 ‘어제 통했던 길이 오늘은 망하는 길’이 된 지 오래인 상황에서 지식을 구하는 데만 유독 옛 방식을 고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스턴트 시대에 걸맞은 지식의 유통과 활용법을 가늠할 수 있는 책 세 권이 새로 나왔다.
《후크 포인트》(브렌던 케인 지음, 윌북)는 디즈니, 넷플릭스, NBC, 링크트인 등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컨설팅을 맡았던 저자가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기업의 실질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게 하는 ‘비결’을 담은 책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낚아채는(hook) 순간인 ‘후크 포인트’에 초점을 맞췄다. 온·오프라인에서 첫 3~5초 안에 관심을 사로잡아서 메시지를 전달할 10초, 15초, 30초, 60초를 확보하는 방법을 다룬다.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이 제한된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의 시간과 관심을 끄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과제다. 명심할 것은 낚시성 제목으로 사람을 홀리는 것과 후크 포인트는 다르다는 점이다. 알맹이 없는 낚시가 아니라 진정성 있고 흡인력 있는 이야기, 가치 있고 신뢰 가는 콘텐츠가 결부돼야 좋은 첫인상도 결실을 볼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문화·인간의 생애 편》(이시한 지음, 흐름출판)은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과 같았던 낡고 도식적인 문학 강의의 틀을 깬 새로운 고전문학 해설서다.
초등학교 시절 만들었던 둥근 시간표처럼 인간의 생애를 탄생과 성장, 사랑, 실패, 성공, 죽음 등의 궤적에 맞춰 《달과 6펜스》 《위대한 게츠비》 《상실의 시대》 등 유명 문학 작품들을 재배치했다. 고전이라는 안전벨트를 매고, 인생의 롤러코스터에 탑승하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작품에서 이해해야 할 사회적 배경과 지식을 쏙쏙 골라 담은 점이 마치 편의점에서 잘 정돈된 각종 일회용 생활용품을 사들이는 것을 연상시킨다. 집밥을 먹어야 식사를 한 것 같다는 중·장년층과 달리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어울리는 문학 강의다.
《동네 한 바퀴 생활 인문학》(스파이크 칼슨 지음, 21세기북스)은 익숙한 일상생활 속에서 건져낸 ‘인문학적 성찰’과 ‘인생의 진리’를 담은 책이다. 자연스러운 주변 존재인 전기, 수돗물, 신호등, 아스팔트 도로 등 ‘집 안’과 ‘집 밖’, ‘자연’에서의 사물과 생물, 문명의 이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세계를 다시 구성한다.
우리의 일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과 엄청난 장비가 동원되는지, 생활 속에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도구들 속에 얼마나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전혀 모르던 규칙, 특징, 역사를 알게 되면 세계는 전과 달리 보일 수밖에 없다. 단지 ‘알아가는’ 방법만 달라졌을 뿐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