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하루에 3잔 이상 마신 40세 이상 남녀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커피를 일절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21%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 ‘커피 공화국’으로 통하는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수행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신상아 교수팀은 질병관리청의 한국인 유전체 역학조사 사업(KoGES) 중 하나인 도시기반 코호트(HEXA) 연구에 2004∼2013년 등록한 40세 이상 남녀 11만92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하루 커피 섭취량과 2018년 말까지 사망률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2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한국인에서 커피 소비와 모든 원인의 위험, 원인에 따른 사망률, Coffee Consumption and the Risk of All-Cause and Cause-Specific Mortality in the Korean Population)는 국제적인 영양학 관련 학술지(Journal of the 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 최근호에 실렸다.
신 교수팀은 전체 연구 대상자를 9.1년간(중간값) 추적했다. 연구 개시 시점에 당뇨병·심혈관 질환(CVD)·암 진단을 이미 받은 사람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망 원인은 통계청의 사망진단서 DB를 근거로 해 파악했다.
연구 결과 커피를 하루 석 잔 이상 마신 사람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의 0.79배로 낮아졌다. 커피를 하루에 1컵 마신 사람이 심혈관 질환으로 숨질 위험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0.58배였다. 커피를 매일 1~3컵 마신 사람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0.62배로 감소했다.
신 교수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의 결론은 커피를 하루 3잔 이상 마시면 모든 원인의 사망 위험이 감소한다는 것”이며 “적당한 양(하루 3잔 이내)의 커피 섭취는 봉지 커피(커피·설탕·크리머가 함께 든 Three-in-one coffee) 등 믹스커피의 종류에 상관없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췄다”고 강조했다.
한국인 3명 중 2명은 봉지 커피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봉지 커피의 유익함이 밝혀진 연구라 눈길을 끈다.
아울러 미국에서 수행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도 하루에 6잔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0(남)∼15%(여)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커피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이번 연구 결과와 다른 상반된 연구도 발표된 바 있어 맹신은 금물이다.
전남대 식품영양학과 윤정미 교수팀이 2015년 7월∼2016년 6월 광주의 한 병원을 방문한 건강검진 수진자 113명의 인스턴트 커피믹스 섭취량과 대사증후군 위험인자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인스턴트 커피믹스의 섭취가 늘어날수록 특히 허리둘레와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증가하는 등 상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인스턴트 커피믹스 섭취와 허리둘레·혈중 중성지방 농도(대사증후군의 위험인자)는 양(陽)의 상관성을 보였다. 커피믹스를 많이 마실수록 허리둘레·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믹스의 섭취 횟수가 증가하면 공복(空腹) 혈당과 혈중 중성지방 농도도 함께 높아졌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하루에 1컵 이상 인스턴트 커피믹스를 섭취하면 대사증후군 위험인자인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상승하는 연관성을 나타냈다"며 "(혈관 건강 등에 문제가 있어) 특히 지방 섭취에 주의해야 할 사람에겐 커피믹스 섭취 빈도와 섭취량 조절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커피믹스 등 인스턴트커피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지나친 설탕 섭취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커피믹스엔 다량의 설탕이 들어 있으므로 정상적인 대사 조절을 위해 커피믹스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여러 역학 연구를 통해 설탕이 든 음료의 과다 섭취는 혈중 지방 농도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지방간·제2형 당뇨병·심혈관질환·대사증후군·복부 비만·고요산혈증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이 많이 섭취하는 커피믹스 섭취량과 대사증후군의 발병 위험요인(공복혈당과 혈중 중성지방)이 연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은 알게 됐지만 둘 사이에 인과 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며, 연구대상자의 수가 적어 일반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