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당권에 10명 출사표…"정권교체 기대감" vs "얼굴 알리기"

입력 2021-05-20 16:44
수정 2021-05-21 01:31
국민의힘 당대표 여론조사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일제히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현재까지 총 10명의 당권 후보가 몰리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전당대회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6월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얼굴 알리기’용 출마 후보도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나 전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쇄신과 통합으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며 “모든 후보를 받아들이고 제련해 더 단단한 후보, 튼튼한 후보를 배출하겠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 등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당대표 선거 출마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자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세대교체를 화두로 던지면서 당권 도전 의지를 밝혔다. 그는 “젊은 세대가 우리 당을 외면했던 것은 기성세대가 둘러친 장막 때문”이라며 “젊은 세대에게 개방과 경쟁을 약속하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에 앞서 김웅·김은혜·윤영석·주호영·조경태·조해진·홍문표 의원과 신상진 전 의원 등이 이미 당권 도전 출사표를 던졌다.

나 전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은 원외 세력이지만 전국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여론조사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업체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이 전 최고위원(19%)과 나 전 의원(16%)이 각각 1, 2위에 올랐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7%)는 3위를 차지했고, 김웅·홍문표 의원(4%), 김은혜·조경태 의원(2%) 등이 뒤를 이었다.

오는 6월 열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선 신예들의 반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과 초선인 김웅 의원 등 신예 중심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전당대회 흥행과 함께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 10명이나 몰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자유한국당 시절이던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3명이 출마한 것에 비해 3배 이상 많아서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경우 중진 의원들은 단번에 대선후보로 부상할 수 있고, 신예그룹은 정치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대선 직후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당권 출마가 정치적으로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얼굴과 인지도를 알리려고 너무 많은 출마자가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방 행사가 줄면서 당대표 출마 기탁금을 낮춘 것도 다수의 당대표 후보가 나온 배경으로 꼽힌다. 2019년 당대표 선거 당시 1억원이던 기탁금은 이번에 예비경선을 기준으로 4000만원으로 줄었다. 컷오프를 통과해 본선 경선에 진출할 경우 40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