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토종 코로나 백신' 나오기는 할까

입력 2021-05-19 17:31
수정 2021-05-20 00:17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일 새벽(한국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 이번 미국 방문의 의미는 각별하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과 북핵 등 한반도 현안을 놓고 처음 머리를 맞댄다는 점에서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백신 외교’다.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등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코로나19 백신이 우리에겐 팬데믹을 벗어날 구세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풀 선물보따리를 둘러싼 추측이 무성한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더 이상 ‘백신 가뭄’이나 ‘접종 기피 현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당장 수급 문제를 해소할 기회다. 효능이 좋으면서 부작용이 적다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란 점도 우리에겐 큰 위안이다. '백신 가뭄' 해소된다지만…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7% 수준이다. 접종이 시작된 지 거의 석 달이 지났지만, 아직 접종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우리 정부가 믿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증 부작용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됐고 화이자 백신 물량은 충분치 않은 탓이다. 게다가 정부가 계약한 백신이 언제 들어올지도 불투명하다. 공급 부족과 임상 지연 등의 변수들 때문이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은 이런 상황을 바꿔놓을 카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우리 기업들의 제조능력을 십분 활용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노바백스 백신이 그렇다. 여기에 모더나 백신까지 생산하면 현재 상용화된 대표 백신들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백신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벡터 방식이고, 노바백스 백신은 단백질 재조합 방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허전하다. 백신주권 확보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계약조건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위탁생산만으론 충분한 백신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내년, 후년에도 우리는 백신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여야 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는 토착 감염병으로 남고, 수년 뒤엔 또 다른 감염병이 등장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결국 토종 백신이 해법이다. 멀고 먼 백신주권코로나19 백신 임상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다섯 곳이다. 서너 곳은 임상을 준비 중이다. 후발주자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넉넉하지 못한 자금 사정이 문제다. 쥐꼬리만 한 정부 지원금으론 천문학적인 임상 비용을 댈 수 없다. 돈줄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한국 기업이 개발 중인 토종 백신이 우리 국민이 아니라 외국인에게 먼저 접종되는 일이 벌어지게 생겼다. 돈을 받는 대가로 백신을 먼저 공급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답답한 소리만 하고 있다. 5월 18일자 한국경제신문의 <말뿐인 백신 주권…정부, 한국산 선구매 ‘0’> 보도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국산 코로나19 백신 선구매를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임상 2상 최종 결과 등)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면 관련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설명자료를 냈다. 사실상 백신 개발 리스크를 정부가 지지 않겠다는 말이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조 단위 거금을 화이자 모더나 등에 쏟아부어 ‘백신 패권’을 거머쥔 미국 정부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러니 백신주권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