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티스트 조성현(31·사진)이 새로운 연주법으로 박진감 넘치는 플루트 선율을 들려준다.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 ‘바람의 향연’에서다. 이날 공연에서 조성현은 단원들과 함께 필리프 에르상의 ‘플루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드림타임’을 국내 초연한다.
그가 연주할 곡은 현대음악가 에르상이 세계적인 플루티스트 엠마누엘 파후드에게 2013년 헌정한 작품이다. 파후드는 그해 프랑스 파리에서 오케스트라 드 챔버 파리와 함께 세계 초연했다.
조성현과도 인연이 깊은 작품이다. 그에게 파후드는 우상이자 스승이다. 조성현은 2013년 독일 베를린필하모닉의 오케스트라 교육 프로그램인 ‘카라얀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당시 베를린필 플루트 수석이 파후드였다. 플루트를 배우겠다고 결심한 계기도 파후드의 공연이었다. 지난 14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조성현은 “1998년 파후드의 첫 내한공연을 엄마와 함께 보고 플루트를 불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아카데미에서는 음악가의 자세를 그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파후드는 특히 플루티스트로서의 자긍심을 강조했다고 했다. 통상 플루트는 여성적인 악기로 통한다. 경쾌하지만 가녀린 선율 때문이다. 그는 “파후드는 내게 플루트가 오케스트라의 기본을 잡아주는 악기라는 점을 상기시켰다”며 “플루트는 독주로 실력을 뽐내지 않아도 오케스트라 선율과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악기”라고 설명했다.
조성현은 2012년 이탈리아 세베리노 가첼로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2014년부터는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의 수석을 맡았다. 2018년에는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종신수석으로 임명돼 평생 임기가 보장됐지만 지난해 포기했다. 2019년 연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돼서다. 그는 “국내 음대에 목관악기를 전공한 교수가 좀처럼 없는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고 밝혔다.
강의와 연주를 병행하는 가운데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공연을 위해서는 ‘멀티포닉스(multiphonics)’를 연마했다. 한 번의 숨에 두 개 이상의 성부를 소리 내는 연주법이다. 두 손으로 여러 건반을 눌러 다양한 성부를 쌓는 피아노와 달리 플루트는 한 가지 선율만 연주하는 단선율 악기다. 그는 “통상 한두 마디 정도 즉흥적으로 연주한 적은 있지만 이번 공연에선 악보 두 쪽 전체를 멀티포닉스로 불어야 한다”며 “리허설을 앞두고 파후드에게 조언을 들었다. 연주하긴 까다롭지만 극적이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