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도 낄 생각하지마. 니들은 누가 봐도 고대생이 아니야" "분수에 맞지 않는 감투를 탐하지 마라"
최근 고려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같은 혐오와 비하 발언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달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소속 학생 A씨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임원으로 인준받았다는 소식이 나오면서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달 세종캠퍼스 소속 학생 A씨를 교육자치국장으로 임명했다.
A씨는 학내 자치기구인 동아리연합회의 추천으로 비대위 임원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캠퍼스에서 융합전공 과목을 수강하며 동아리 회장도 역임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캠퍼스에선 세종캠퍼스 소속인 A씨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의 임원을 맡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씨를 향한 학내 비난 여론이 높아지더니 익명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A씨의 이름과 사진 등 신상정보를 털었다. 서울캠퍼스 동아리 활동 이력까지 들추면서 '고대생 흉내'를 낸다고 조롱했다.
한 이용자는 "서울캠 학생들이 해야 할 학생회 임원 자리를 하는 것은 명백히 기회를 훔치는 행동"이라며 "본인 때문에 세종캠 학생들에 대한 서울캠 학생들의 반감은 훨씬 심해질 것 같다"고 A씨를 공개 비난했다.
A씨는 "교류회원 자격으로 총학생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국 학생회는 학칙의 해석을 두고 논의한 끝에 A씨가 학생회 임원이 될 수 없다며 보고 인준을 무효로 했다.
A씨에 대해 비판하는 학생들은 '학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가 소속에 맞지 않는 직함을 달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종캠퍼스 학생들에 대한 반감을 나타낸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학교가 세종캠퍼스를 향한 고질적인 혐오와 비하 표현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영학과 17학번 주윤영씨는 '지난 4월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라는 대자보를 학교에 써 붙였다. 이를 통해 "커뮤니티를 통해 의미 있는 말보다 분교 혐오 및 비하 표현을 더 많이 접했다"고며 "매번 반복되는 분캠과 본캠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혐오 표현들이 정당화되고 만연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학생자치에 학교가 관여하는 건 자치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지만, 본교는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