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미디어업계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통신사 AT&T가 자회사 워너미디어(옛 타임워너)를 디스커버리와 합치기로 한 데 이어 비아콤CBS와 NBC유니버설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CNBC는 17일(현지시간)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으로 비아콤CBS와 NBC유니버설의 행보에 대한 압박이 더해졌다”고 보도했다.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는 전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 확대를 위해 합병을 발표했다.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이나 사업 제휴 등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기존 케이블TV 산업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같은 OTT 업체에 대적하기 위해서다.
NBC방송과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을 소유한 NBC유니버설의 모회사 컴캐스트는 지난해 7월 OTT인 피콕을 출범시켰다. 비아콤CBS도 방송사 CBS와 파라마운트스튜디오 등을 보유한 상태에서 올 3월 OTT인 파라마운트플러스를 개시했다.
미국 언론들은 두 기업의 OTT가 아직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워너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이 두 회사의 생존 전략 모색에 불씨를 댕겼다고 보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워너-디스커버리 합병이 경쟁사들로 하여금 결정적 한방을 고민하게 했다’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WSJ는 “다른 경쟁사들도 비슷한 선택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이제 시장의 눈길은 컴캐스트(NBC유니버설의 모회사)와 비아콤CBS의 합병 가능성을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두 기업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대형 방송사 CBS와 NBC가 향후 감독당국의 반독점 제동에 맞닥뜨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컴캐스트와 비아콤CBS가 자체적으로 군소 업체 인수에 나서면서 당분간 자생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CNBC는 분석했다. CNBC는 “반대로 NBC유니버설과 비아콤CBS를 각각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며 잠재적 인수 후보로 아마존과 애플, 넷플릭스, 워너-디스커버리 합병기업 등을 꼽았다.
이런 가운데 아마존이 ‘007’ 시리즈 제작사로 유명한 MGM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의 보도가 나왔다. 아마존은 2010년 아마존스튜디오를 세워 자체 드라마를 제작하는 등 미디어산업을 확장하고 OTT인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도 운영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