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무·저해지 환급금상품의 판매 경쟁이 다시 격화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무해지(환급금)보험'이란 보험료 납입기간 도중에 계약 해지를 했을 때 해지환급금이 지급되지 않는 상품입니다.
만약 해지환급금이 표준형 보험 대비 50% 미만이면 '저해지(환급금)보험'이라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는 일반형, 저해지형, 그리고 무해지형 보험의 해지환급금 크기를 보험가입기간에 따라 보여줍니다.
보험료 납입기간 중에 해지하는 계약자에게 해지환급금을 지불하지 않아 절약한 만큼을 남아있는 계약자에게 주로 보험료를 깎아주는 혜택을 제공하는 원리입니다.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해지도록 또는 같은 보험료로 더 많은 보험금이나 보험급여를 보장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상품이 '무해지·저해지 환급금상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지하지 않고 계속 남아있는 가입자의 보험료가 저렴해지도록 상품설계가 됐습니다. 보험료를 산출할 때 보험료 납입기간 중에 예상되는 계약해지위험인 해지율을 추가적인 요율산정요소로 사용한 보험입니다.
그렇다 보니 납입기간 중에 실제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람의 숫자가 예상보다 적어지면, 회사가 손실을 보게 됩니다. 해지하는 계약자에게 지급하지 않아 절약되는 해지환급금의 액수가 미리 깎아준 보험료를 벌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해지환급금을 충분히 절약하지 못했더라도, 보험료를 깎아준다고 한 약속은 그대로 지켜야 합니다.
무·저해지형보험의 경우, 보험료 납입기간이 끝나면 거액의 해지환급금이 갑자기 <그림> 상에처럼 나타납니다. 회사는 준비도 없이 갑자기 해지환급금을 지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납입기간 중이라도 필요한 만큼은 보험료를 더 받아서 어디엔가는 축적하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납입기간이 지나고도 끝까지 해지환급금이 없어서 보험회사에 축적되는 부분이 보험기간 내내 최소한이 되도록 만들면, 보험료가 최대한도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계리적으로 가능한 가설이지만, 보험기간이 상대적으로 단기이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장기보험에서는 미래를 위해 필수적으로 보험료를 축적해 놓아야 합니다. 상품으로 보면 종신보험이 아니라 정기보험일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무·저해지 환급금의 개념을 단기상품인 정기보험에 적용합니다. 상대적으로 장기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적립금이 생기는 평준보험료를 납입하더라도, 종신이 아니고 짧은 기간이 정해진 유니버설보험 등에 적용합니다.질병보험부터 어린이보험까지…무·저해지 환급금 개념 무차별 '확대'현재 문제점은 무·저해지 환급금보험의 개념을 보험기간에 의한 구분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보험상품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규칙에 따라 납입한 보험료보다 돌려받는 돈이 적은 순수보장성상품인 종신보험, 질병보험, 암보험 등이 무·저해지 보험상품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업에서는 주로 손해보험회사들이 사람의 생명이나 손해를 담보하는 인보험인 어린이보험을 무·저해지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30세까지 가입할 수 있고, 최장 보험료 납입기간이 30년이고, 100세까지도 보장되어 명실상부 종신보험에 버금가는 보장내용입니다.
장기로 설계된 무·저해지보험에서는 많은 보험경영상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험자와 보험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종신보험을 순수보장성보험으로 분류하는 우리의 생명보험상품 분류체계의 근원적인 오류에서 기인하는 실질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29년간 보험료를 납입했는데 납입기간이 30년이어서 해지환급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에 가입한 지 50여 년이 지났는데 납입한 보험료만큼도 돌려받지 못한다면 수긍할 수 있을까요? 무·저해지보험의 개념은 보험료를 낮추기 위한 하나의 임시방편이지 장기적으로 유용한 수단이 아닙니다. 저축과 보장의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전통적인 장기 생명보험상품의 개념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두철 상명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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