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까지 치렀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결혼을 미룬 한 신부가 파혼에 이른 사연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미혼 여성 A 씨는 "코로나에 감사해야겠다. 코로나 때문에 결혼이 미뤄지고 나서 예비신랑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됐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파혼 이유에 대해 A 씨는 예비신랑의 '게으름'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회사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 일이 힘들어 집안일할 체력이 없다고 한다. 저녁엔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빨래는 항상 쌓여있다. 안쓰러워 청소해 줬더니 이제 날 믿고 그것도 안 하더라. 결혼 후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나만 고생할 것 같더라"라고 예견했다.
A 씨 예비신랑은 결혼 이야기가 오가자 "아이 낳고 애는 여자가 키워야지"라면서도 "여자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A 씨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여자가 남자보다 돈을 적게 버니 집안일도 하고 돈도 벌며 애도 낳고 키워주길 바라는 것 같더라. 아이 키우느라 고생하고 살만해지면 돈 벌어오란 소린데 덜컥 겁이 났다"고 털어놨다.
예비 시댁과도 역시나 문제가 생겼다. 예비 시어머니는 '딸 같은 며느리'를 바라고 있었던 것. A 씨는 "내가 엄마한테 하는 것처럼 시어머니에게 했다간 난리 날 것"이라며 "우리 엄마는 주기만 하는 사람이고 저는 받기만 한다. 며느리 도리라는 게 벌써 숨이 턱턱 막힌다"고 말했다.
이어 "친정 부모님은 예비신랑에게 바라는 게 없는데 예비 시댁은 벌써부터 당연하게 그런 말을 하더라. 예비신랑도 효도가 하고 싶으면 지금, 스스로 하면 될 텐데 예비 시어머니께 '결혼하면 A가 잘 할 거야'라는 말을 하더라. 너무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가장 치명적인 '흠'은 바로 예비신랑의 체력이었다. 6살 연상인 예비신랑은 데이트를 하기 싫어할 정도로 항상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A 씨는 "심지어 데이트도 집에서 하자고 한다. 앞서 말했듯 청소는 전혀 안 하고 제가 요리해 주는데도 '피곤하다'는 말뿐이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건 상관없지만 신체 나이는 어느 정도 비슷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면 예비신랑이 전세대출을 받은 전셋집에서 신접살림을 차려야 한다는 A 씨. 예비신랑의 집은 현 직장과 멀어 이직을 해야 한다. 그는 "이직하면 연봉을 낮춰야 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예비신랑은 제가 돈도 많이 벌어왔으면 하는 것 같다. 결혼 준비할 때 더 많은 돈을 냈으니 많은 것을 양보하라고 하더라. 결혼하면 돈을 적게 번다는 이유로 양보할 일이 많아지게 될 것 같다"고 적었다.
A 씨는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이제서야 와닿는다고 했다. 연상이라 믿음직하고 자상하기만 했던 남자친구가 예비신랑이 됐을 때는 '다른 사람' 이었다. 득과 실을 따지면 안 되지만, 결혼을 위한 모든 것이 A 씨에겐 손해였다. 그는 "연애할 때는 예쁘게 입고 좋은 곳에 놀러 가서 헤어지니 행복한 미래만 그렸다. 막상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수록 예비신랑과, 결혼과 점점 멀어진다"고 말했다.
A 씨의 글에 많은 네티즌들은 "자기 인생을 스스로 구했다", "남자친구 마인드가 결혼하면 최악인 케이스다. 현명한 선택이다", "이유가 많은데 결국 다 게을러서다. 자기 관리도 안 하고, 남들이 챙겨주길 바란다. 결혼하면 아내가 챙겨줘야 할 스타일", "결혼하면 안 되는 유형에 대해 잘 이야기한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많은 예비부부들은 결혼 준비 중 A 씨와 같은 갈등으로 파혼에 이르기도 한다. 한 설문조사에서 '결혼 전 치명적인 결점이 발견된다면?'이라는 주제에 대해 응답자의 63%가 '파혼하겠다'고 답했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결혼이 늦어지는 만큼 신중히 배우자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결혼이 전제라면 서로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고 속속들이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