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카메라 밖 그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남다른 열정으로 본업 외 일까지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스타들을 직접 만나 봅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그들의 이중생활을 만나보실까요.
17년차 배우 박기웅이 아닌 화가 박기웅을 만났다. 여러 연예인들과 같은 '취미' 수준이 아닌 프로 화가로 데뷔한 것. "연기를 하기 전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박기웅은 실제로 고등학교때부터 치열한 입시 미술을 거쳐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동안 연기자로 활동하면서도 집에서 쉴 때면 그림을 그리며 힐링을 했다는 박기웅이었다. 그런 박기웅의 그림 실력은 지난 3월 24일 22년 전통의 '한국회화의 위상전'에서 특별상인 K아트상을 받으면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박기웅의 작품이 전시된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럭셔리판다에서 마주한 박기웅은 소묘와 회화 등 순수미술에서도 가장 기본에 가까운 분야에 애정을 보이면서도 "미술도 영화,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평가가 정답"이라며 '쿨'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였다. "언제 그림을 그리고 싶냐"는 질문에 "바로, 지금"을 외치고, 자신의 작품을 "아이들"이라고 칭할 만큼 미술을 사랑했던 박기웅을 인터뷰했다.
▲ 작품이 공개되고 '이렇게 잘그렸냐'는 칭찬이 쏟아지더라고요. 화가로서 대중들의 평가를 받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연기를 20년 가까이 하면서 느끼게 된 건, 그걸 보고, 느끼는 사람들의 평가가 정답이라는 거예요. 전 그림 역시 대중예술이라 생각해요. 대중예술은 100% 즐기는 사람의 것이죠. 연기도, 음악도 혼자하면 그건 취미죠. 소통하려고 하는 거예요. 칭찬이 감사하면서도 '연예인 베네핏'을 받은 거 같아요. 기대를 안하고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요.(웃음) 지금 공개된 아이들 중에 제가 만족하는 건 없거든요.
▲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은거 아닐까요?
그걸 발전 동력으로 삼으려 해요. 유화를 본격적으로 그린 건 2019년부터인데, 주변에 친한 작가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을 보면서 그리기 시작한 거 같아요. 지금 걸린 작품 중 초반에 그린 것들은 정말 미흡해요. 그렇지만 제 딴엔 패턴을 만들며 작업하고 있어요. 흔들림이라던가, 빛을 받으면 각각 다른 광택이 나도록 하거나 하는 방식이요. 여기에 있는 아이들을 전시회를 목적으로 그린 것들이 아녀요. 그래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보다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에 전시까지 결심하게 됐어요.
▲ 미술을 전공하고, 아직까지 미술에 진심인데 연기를 했어요.
홧김에 했어요. (웃음) 목표했던 대학에 못갔거든요. 소묘 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는데 우연히 캐스팅 제안을 받았고, 연기를 시작했고, 데뷔 후 빠르게 주인공을 연기했죠. 가진 것에 비해 많은 일들이 들어왔어요. 바쁘게 일하면서 허전했던 마음이 채워졌고요. 그래도 그림은 계속 그렸어요. 집에서 혼자 크로키를 많이 했죠. 소묘를 지금도 많이 좋아해요. 입시에 실패했지만 입시 미술도 좋아하고요. 그 에너지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유명한 선생님들의 작품은 지금도 찾아 봅니다.
▲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박기웅 씨의 그림을 보고 '유화인데 소묘의 느낌이 난다'고 하나 봐요.
못 그려서 그런가.(웃음) 공개된 아이들 중에 석고상 느낌을 주려 한 작품이 있긴 해요. 하나는 줄리앙, 하나는 아그리파처럼 인상을 잡고 표현했죠.
▲ 하루에 그림은 얼마나 그릴까요?
생활에 따라 다른 거 같아요. 요즘은 드라마(웨이브 오리지널 '유 레이즈 미 업') 촬영 중이라 많이는 못 그려요. 많이 그릴 땐 온종일 그리고요. 너무 재밌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허리는 좀 아프더라고요. 이젤 앞에 앉아서 하는 작업이 익숙해서 항상 그렇게 했는데, 요즘은 서서 해요. 서서 해보니 왜 많은 작가가 서서 하는지 알겠더라고요.(웃음)
▲ 일을 안하고,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땐 뭘 하시나요?
그림을 봐요. 인스타그램 팔로우도 거의 화가들이고요. 유명한 분들도 많지만, 신인 작가의 그림도 많이 봐요. 요즘 심취한 화가는 블라디미르 세민스키(Vladimir Semenskiy)와 리타 칼베루트(Lita Cabellut)인데요. 둘다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데 그림 자체에서 다양한 감정과 에너지가 느껴져요. 표현도 자유롭고요. 저 역시 그림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싶거든요. 그들이 하는 자유로운 생각을 좋아해요.
▲ 작품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을까요?
기존의 자료를 많이 참고해요. 친한 포토그래퍼의 수많은 B컷들을 빌리기도 하고요. 제가 가장 표현하고 싶은 건 감정이에요. 기쁨과 슬픔, 노여움과 아련함 같은 것들요. 예전엔 사진이 그림을 대체했다면, 요즘은 그림이 사진을 대체하는 시대잖아요. 색이나 표현도 다양하게 할 수 있고요. 제가 그림으로 거창한 철학이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뭔가 대단하게 펼칠 생각도 없어요. 그저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 지금까지 배우로 짧지 않은 시간동안 사랑받아왔고, 감정을 교류했으니 그림에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보고 싶은 거 같아요.
▲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표현 기법이나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재료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아요. 얼마전 피카소전을 다녀왔어요. 다시 한 번 느꼈어요. 피카소 같은 거장도 스스로를 절대 가두지 않더라고요. 주제를 하나로 정하더라도 표현도, 재료도 다채롭고 자유로웠어요. 저도 그런 도전을 계속 하고 싶어요.
▲ 네이버 온라인 전시회 소개 및 라이브 토크쇼인 '박기웅의 Culture Live(부제 : 문화는 살아있다)'의 진행자로 발탁됐어요. 그림을 통해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됐네요.
이런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인 거 같아요.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김정기 작가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다고 했어요.(웃음) 김정기 작가님은 해외에서도 마스터라고 불리는 분이고, 저 역시 그분의 그림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이왕 하는거 학문적으로 다가가기 보다는 쉽고, 대중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려 해요. 저 역시 아직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함께 배워가는 방송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미술은 흔히 '순수' 예술이라고 하는데, '대중' 예술로 접근하는 관점이 독특해요.
저뿐 아니라 제 주변 프로 작가들도 다 그렇게 생각해요. 작가들이 돈을 벌려면 그림을 팔아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사람들이 좋아해 줘야 하고요. 각자의 생각이 다르니 중심을 잡는 건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평가에 귀 기울일 필요는 분명히 있죠.
▲ 박기웅 씨의 작품에 중심으로 잡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세계관이 있나요?
감정 전달이 알맹이인데, 세계관은 아직 너무 큰 거 같아요. 전 이제 걸음마 단계거든요. 막 발자국을 뗀 아이가 뛰려고 하면 안 되죠. 물론 제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할 거 같아요.
▲ 이제 직업이 배우와 화가, '투잡러'가 된 걸까요?
직업이라 하면 그 일을 통해 먹고 살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배우가 제 직업은 맞는데, 화가는 아직 '지망생'이 맞는 거 같아요. 화가가 직업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죠. 모든 건 대중의 선택에 달려 있죠.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