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주요국 가운데 경제지표 발표가 가장 늦다.
일본 내각부는 18일 오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를 발표한다. 1분기가 끝난지 1달 18일만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27일, 미국은 4월29일 발표를 마쳤다. 유럽연합(EU)과 중국도 5월1일에 1분기 GDP를 발표했다.
GDP 뿐만이 아니다. 2월 가계조사와 월간 노동통계 잠정치는 2월이 끝난지 2달 6일 후인 4월6일 발표됐다. 3월 노동력조사와 광공업생산지수도 4월30일 공개됐다.
심지어 후생노동성의 고용동향조사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전직시 임금변동상황' 같은 통계는 반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2019년 결과가 2020년 9월에, 2020년 상반기 결과가 올해 2월에 발표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정부 통계 발표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느리다. 디지털화에 뒤쳐진 일본이 수작업 위주의 집계방식을 고수한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시국에 통계 발표 시점은 한 나라 경제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조금이라도 빨리 변화를 파악해야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시 임금변동상황은 노동시장의 수급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전직시 임금이 늘었다면 일자리가 귀해졌음을, 임금이 줄었다면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흔해졌음을 나타낸다.
코로나19 이후 비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실업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책 마련과 기업의 경영판단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통계작성에 6~9개월이 걸려서야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민간기업의 협력을 받아 정부 통계의 발표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먼저 일본 최대 인재 중개기업인 리크루트그룹의 협력을 얻어 전직자 임금변동 상황의 발표 시점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리크루트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분기가 끝난 지 1개월 이내에 통계 발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GDP와 같이 민간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지표의 발표 시점을 어떻게 앞당길 지는 여전히 일본 정부의 숙제로 남아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