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이어 국내 2대 연기금으로 불리는 우정사업본부가 반년 가까이 전문 운용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우정본부는 최근 자금운용 인력 4명을 포함한 총 10명의 전문인력 채용 계획을 재공고했다. 작년 12월 말 공고를 내고 채용 작업에 착수했지만 5개월 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마땅한 지원자를 찾지 못해서다.
우정사업본부는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을 담당한 자금운용 인력을 비롯해 연기금의 중장기 자산배분인 전략적 자산배분을 담당할 전문 경력직을 선발하고자 했지만 지원자 숫자가 적어 재공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경력 3년 이상의 비교적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했음에도 인기를 끌지 못한 셈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총 운용자산이 작년 말 기준 137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연기금이다. 운용자산 기준으로 국민연금에 이어 국내 2대 연기금으로, 거대한 운용자산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에선 갑(甲)중 갑으로 꼽힐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럼에도 우정사업본부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민간 업계에 비해 열악한 처우와 경직적인 공무원 조직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정사업본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조직으로 공무원 특유의 순환 보직 구조를 갖고 있다.
6~7급 실무직에 민간 경력자를 일부 채용하지만 연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격인 예금사업단장과 보험사업단장을 비롯해 운용 관련 과를 총괄하는 과장 및 5급 사무관들이 맡는 관리자급 보직은 대부분 공무원 출신들로 채워진다. 근무지 역시 지방(세종시)이다.
투자 환경 역시 열악한 수준이다. 우체국 예금과 보험을 합쳐 14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지만 운용 전담 인력은 약 40여명에 불과하다. 인당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많아야 인당 1조원을 넘지 않는 해외 연기금에 비해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체투자를 중심으로 투자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민간 투자 전문인력의 몸값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간에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실력 있는 전문가들 입장에선 굳이 보수까지 깎아가며 우정사업본부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정사업본부 예전부터 각종 연구용역을 통해 민간 전문가 영입과 기금운용조직 분리 등 개선 방안이 제시돼왔지만 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심지어 2016년 기획재정부가 우정사업본부 기금운용 조직 개선을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한 연구용역보고서 결과 기금운용 독립 등 우본 입장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이를 막기 위해 용역 담당 교수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개혁이 지체된 가운데 우정사업본부의 위상도 예전 같이 않다는 평가도 시장 내에서 나온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11월 인도 정부가 글로벌 연기금들을 대상으로 연 회의에 국내 3대 연기금(국민연금·KIC·우본) 가운데 유일하게 초대 받지 못했다. 반면 일본우정(Japan Post)는 주요 연기금 중 하나로 행사에 참석해 대조를 이뤘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이 기사는 05월14일(08: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